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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도자의 녹색마인드가 환경을 살린다

 
 
 금곡동에 처음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들어섰을 때만해도 공사를 끝낸 지 얼마되지 않아 주변 부지는 삭막하고 밋밋해 오르막을 올라 막당도한 방문자들에게 그곳은 산아래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었다.

 그리고 약 2년 반이 지난 지금 그곳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언제 이식해놓았는지 적송 여러 그루가 공원처럼 건물주변을 둘러싸고 신선한 산소를 뿜어내는 게 아닌가. 보기에도 시원스럽게 장대같이 큰 키에 적당한 그늘도 만들어내는 소나무 밑 그늘에 서면 붉은 소나무의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져 옴을 느낀다.

 어디선가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살아오던 ‘적송’이 지역개발로 어쩔 수 없이 생명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지만, 관심있는 누군가에 의해 적송은 이곳에서 새 생명을 담보받을 수 있었다.
개발원을 내 집 가꾸듯 해 온 책임자의 정원사 같은 녹색환경마인드와 생명의 소중함을 실천에 옮긴 결과다.

 얼마전 지방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덕도 팽나무의 처지도 마찬가지였다. 항만배후부지 공사로 고사 위기에 처해있던 부산 가덕도 율리마을의 300년 된 팽나무 두 그루가 아슬아슬하고도 위험한 항해 끝에 해운대 우동 APEC나루공원으로 무사히 이사를 마쳤다.

 존재조차 몰랐던 이 팽나무가 시민들에게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부산시는 물론 관계자들의 작은 마인드에서부터 출발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싹둑 베어 버렸다면 가덕도의 팽나무를 누가 알았겠는가. 높이가 10~12m, 밑동의 지름이 1.3~1.4m인 노거수로 수백년이 된 수목을 이식한다는 자체도 무리였지만, 옮기는 데만도 2~3억여 원이드는 거액의 비용은 물론이거니와 여기에 따르는 장비와 인력도 만만찮은데 웬만하면 엄두도 못내는 거대한 이식 작업이었다.

 어쨌든 007작전을 불과할 정도로 온 민관이 들러붙어 이 팽나무 살리기에 힘을 모은 결과 이제 향후 300년을 바라보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최초 이 나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주변에 논의도 없이 현장관계자들이 싹둑 베어버리거나 파내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자체가 예산을 이유로 그깟 것 알아서 하라고 했다면 어찌되었을까. 이번에 언론을 통해 팽나무 이식과정을 지켜보면서 부산시가 그린시티를 말로만 외친 것이 아닌 듯해 정말 흐뭇했다.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고맙기 까지 했다. 여기에 부산시가 보호수로 까지 지정했다고 하니 향후 300년도 거뜬히 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든다.

 팽나무는 순 우리 종이다. 한국이 원산으로 양지와 음지를 가리지 않고 산기슭이나 계곡 어디에서든 잘자라는 낙엽활엽교목이다. 뿌리가 튼튼하여 강한 바람에도 잘 견디고 내염성도 강해 동해안 부근에서도 생육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역사 속에 전국 각지에서 몰려 온 많은 피난민들을 넉넉히 품어안았던 부산처럼 넓게 펼쳐지는 원개형을 이루는 이 팽나무 가지의 모습속에 강인한 부산시민의 근성이 담겨있음에랴.
 
[2010년 4월 1일 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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