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8일

기고

프로골퍼 유망주들이 무대에서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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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로 대성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그들은 왜 주니어 시절 그렇게도 탁월한 기량과 신체적, 정신적인 무장도 잘 되어 있었으며, 무엇보다 주변의 아낌없는 지원까지 거의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는데도 정작 본 무대에서는 대단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일까...

주니어 시절 가장 큰 기대와 화제를 모았으면서도 LPGA 무대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미셀 위(한국명 위성미)라는 선수를 우리는 또렷이 기억한다. 집안도 빵빵했고 배경이 골프 천국이랄 수 있는 하와이, 여자이지만 1미터 80이 넘는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드라이브샷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참 대단한 아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을 만치 가히 독보적이었다. 전 세계가 미셀 위에게 환호를 보냈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당대 최고의 골퍼로 누구도 흉내조차 내기 힘들었던 골프황제 타이거우즈를 능가할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던 소녀골퍼 미셀 위는 한마디로 모든 게 엉망이었다. 누군가 미쉘 위를 망치기로 작정했다면 그렇게 해야 했다. 16세부터 아무 조건 없이 LPGA 무대를 왔다 갔다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누가 뭐래도 비교조차 하기 힘든 남자 대회인 미국 PGA대회에 종종 출전하기도 하였다. 드라이브샷이 다른 여자골퍼들 보다 몇 미터 더 나간다고 300야드를 훨씬 넘게 날리는 남자 대회에 나간다는 게 한마디로 코미디인데,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고 자주 남자대회에 얼굴을 내밀곤 했다.

골프가 장타대회가 아니 바에야 거리가 좀 나간다고 남자대회에 출전시키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미셀 위의 장래를 위해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누군가 기획했고, 부모는 기꺼이 어린 딸을 이런 저런 화제가 되는 대회에 나가게 허락한 것이다. 당시 미쉘 위에게는 천만 달러의 소녀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녔는데 실제로 유명 스포츠회사인 나이키와 천만 달러에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로는 더 많은 돈을 주었을 것이라는 후문도 있을 정도였다. 당시 LPGA 부동의 랭킹 1위였던 아니카 소랜스탐도 여기에 크게 미치지 못하였다.

주니어에서 성인무대로 넘어가는 너무나 중요한 시기에 인기와 흥행몰이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걸 다들 안타까워했지만 어쩐지 미쉘 위의 집안에서는 오히려 그걸 즐기는 듯한 인상을 주었을 뿐 어떤 계획이나 제어장치는 없었다.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거리 좀 내는 평범한 골퍼로 전락할 조짐이 보이자 미쉘 위는 대학으로 도피하듯 필드를 떠나버렸다. 가끔 대회에 나타나기는 했지만 이럴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였다. 오히려 인기몰이의 중심에서 엄청난 흥행의 대가로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수십억 원의 돈을 안긴 천재소녀 미쉘 위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었다.

이제는 소녀도 아니고, 대단한 골퍼도 아닌 평범한 여성골퍼 미셀 위는 이러 저러한 대회에서 가끔 화면에 잡히기는 했지만 화제의 중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였다. 그 큰 키에 허리를 90도로 꺾어 퍼팅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참 안쓰럽다는 느낌을 줄 뿐 옛날의 미셀 위는 더 이상 없었다. 결국 2019년 결혼과 함께 필드를 떠났고 이듬해 딸을 출산했다는 풍문이 있을 뿐이었다.

주니어 시절 한 때 미쉘 위를 훨씬 능가하는 골퍼로 주목받던 그레이스 박도 주니어 시절의 명성에 비하면 성인무대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골퍼로 꼽을 수 있다. 주니어 시절 거의 모든 랭킹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었고, 대학 랭킹도 1, 미국 유수한 스포츠 잡지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표지를 수차례 장식했던 박지은도 이제는 은퇴해 평범한 생활로 돌아왔다.

국내에도 있다. 유명 사회자인 김동건 씨의 아들로 고려대에 처음으로 골프 특기생으로 입학했던 김주형이 그렇다. 한국의 존 댈리, 한국의 타이거우즈로 주목받던 김주형이 갑자기 골프무대에서 실종된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의 화려했던 주니어 시절을 돌아본다면 너무나 아깝고 아쉬운 골퍼로 남는다. 그렇다 인생도 이와 같으리라. 옥석도 시간의 지층을 지나봐야 가려지는 법. 기관차가 달리려면 먼저 레일을 깔아야 하는데 레일을 까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었다는 뒤늦은 자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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