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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성장애인과 문학치료

 

 내가 문학치료를 하지 않았다면 무얼 하고 있을까?
 
 문학치료(문학) 덕분에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편의 시를 들고 한 장의 사진(그림)을 들고 소설(이야기) 한 편을 들고 그들과 만나서 함께 지낸다. 20세기의 작가인 보르헤스는 문학의 여러 기능 중에서 즐거움을 그 우선으로 삼았다.
 
 시드니는 “시는 가르치고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말하는 그림이다” 라고 했지만 그 가르침은 소리(억압) 없이 우리에게 온다. 문학치료의 장에서 함께 많은 사람들 중에서 ‘09년 울산의 장애인들과 함께한 시간을 잊을 수 없다.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은 예쁜 사람들이다. 문학과 함께 한 그 시간에 문학을 듣고 글을 쓰고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고 다른 사람의 작품을 듣는 독자가 되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현실을 잊고 동시에 현실에 눈뜨게 된다. 아름다운 소통의 시간, 그날의 잊지못할 사례 몇 가지가 떠오른다.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쓰는 시간, 참여자 중에서도 장애가 더한 참여자의 텍스트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1급 병변장애로 언어가 불가능한 그녀는 무의식 속의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말을 꼭 찬 말을 한다.
 
 엄마 떠나 / 엄마가 집에서 나가고 / 그래서 아이들이 울어요 / 치마를 잡고 울어요 / 조금만 기다래, 갔다 올게 / 가지마 , 가지마 해요.

 어릴 때 엄마는 장사를 하기 위해 엄마를 붙잡는 아이를 놓고 간다는 내용이다. 그런 엄마에 대한 상처와 결핍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었다. 그림이 과거의 기억이나 감정을 유발하고 과거의 상처와 결핍을 지금 -여기서 추 체험하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쓰고 글을 읽고 참여자의 피드백과 세어링을 받으면서 그녀는 과거를 다르게 경함하고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됨을 볼 수 있었다.

 시간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이 사색 중 특이한 것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를 흘러가는 대신 미래에서 현재를 흘려 들어오는 시간을 발견한 점이다. 문학치료 과정 중 지금-여기서 추체험을 통해 참여자의 과거와 미래에 영항을 주고 있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기존의 인식의 변화는, 과거의 엄마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해가 가능하고 더 나아가 더 나아가 엄마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나중에 그녀는 덕분에 엄마를 생각하게 해서 좋았고 엄마한테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데이비드 덴버(위대한 책들과의 만남)는 인간의 세 번째 욕망으로 독서를 꼽는다. 우리는 알고 싶은 욕망 때문에 독서를 한다고 한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욕망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문학치료시간 ‘꿈을 낚는 어부 파블로의 이야기(토마스 바샵)을 문학매체로 종종 선택하기도 한다. 장애우들이 그린 그림속에는 그들이 마음이 담겨있다. 마음껏 와서 놀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은 꿈의 그림,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오빠)와 하루라도 빨리 결혼해서 살고 싶은 집의 모습, 그러면서도 작은 동그라미 문을 통해 어려운 형편(돈)이 장애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잊을 수 없는 아이도 있다.
 
 컴퓨터 그림을 그린 진이는 전문대학을 나온 3급 병변장애인인데 컴퓨터를 좋아해 그 일을 하고 싶지만 매번 눈(사시) 때문에 그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꽃과 나무와 새가 있는 카페는 다른 장애인의 꿈이기도 한 것 같다, 그 장면에서 다른 참여자인 28살의 아가씨는 웃음이 그득한 눈으로 눈물을 내 놓았다. 그러나 그의 울음은 웃음으로 환하게 전해져 오기도 한다.

 집단치료에 참여하는 장애우들은 훨씬 예후가 좋다. 자신의 감정을 여러사람 앞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치료집단이라는 작은 사회내에서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치료의 궁극적 목적은 사랑하고 일하는 능력의 증진에 있다고 했다. 장애인과 도우미가 함께 하는 모습이야말로 한편의 문학은 아닐지. 누군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속 응어리를 속 시원히 풀어줄 때 차가운 세상의 시선에 대한 상처를 씻어 낼 수 있을리라. 문학을 들고 누구든 함께 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문학치료를 함께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2010년 2월 20일 4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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