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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치인들이여, 역사를 바로 보자

특별기고>
 
 
                                                       / 정정호 대한상이군경회 사무총장

 
 오는 2010년은 6ㆍ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미국에서는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해 한국전쟁박물관을 건립한다고 한다.
 
 링컨 대통령 박물관 맞은편에 건립되는 이 박물관은 1950년대 한국의 모습과 6ㆍ25 당시의 전투장면 등을 담아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전쟁의 아픈 상처를 되새겨주는 산교육장이 될 전망이다. 
 
이뿐인가. 미국은 한국전쟁 휴전일을 기념, 미국 전역에 성조기를 조기 계양하는 법을 하원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가결, 지난 7월 27일 미국 전역에 조기를 게양했다. 미국에서 성조기가 조기 게양되는 것은 현충일 외에 대통령이 특별히 지정하는 경우로 제한되어 있다.
 
  미의회에서‘ 한국전쟁 참전 용사 인정 법안’이 통과된 배경에는 재미교포 한나 김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리멤버 727’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지난 1년간 미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활동한 김씨는“ 서울대에서 학부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한국에 머물면서 6ㆍ25전쟁의 의미와 참전용사들에 대한 예우가 필요함을 절감했으며”, “ 미국은 참전용사들이 흘린 피의 중요성을 어느 나라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이고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예우하는 것에 대해서 누구도 삐딱하게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동안 한국전쟁은 미국사회에서도 미군 5만4천여 명이 전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차 대전과 베트남전에 가려져 잊혀진 전쟁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관련 법안 통과와 한국전쟁박물관이 건립됨으로써 6ㆍ25한국전쟁이 미국내에서 재평가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 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6ㆍ25전쟁 발발일은 기념해오고 있지만 휴전일은 통일을 이루지 못한 치욕적인 날이라며 오히려 외면해왔다.
 
 국경일에 태극기조차 찾아보기 힘든 사회분위기속에 휴전일 따위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참으로 아쉽다.  더군다나 국회를 점거하고 몸을 날려 법안통과를 저지하고 화염병을 들고 자신들의 요구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경찰과 대치하는 현실속에서 누가 6ㆍ25를 기억할 것인가.
 
 법안 처리 하나에도 온 세계가 비웃을 만큼의 코미디를 연출해야 하는 나라, 회사가 망하거나 말거나 자신들의 요구만을 내세우며 타협할 줄 모르는 나라, 집회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 줄 아는 나라… 이 와중에 정권 재창출 혹은 정권 탈환을 위해 이리저리 날뛰는 정치인들 덕택에 한반도의 역사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쟁'과 '호국'이라는 알맹이를 빼놓은 채 사사로운 이익에 혈안이 되어 있다.  섣불리 통일을 운운하기에 앞서 나라를 지키고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했던 호국 전상자들을 먼저 기억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이 스포츠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보다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스포츠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 결코 하찮은 일은 아니지만 스포츠 영웅에겐 국민들이 갈채를 보내고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는 것에 비해 전쟁 상이자들은 자신의 몸과 청춘을 나라에 바치고도 그에 따른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전선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최후의 순간에 태극기를 보며 힘을 얻고 눈물을 흘렸을 호국영령과 전쟁상이자들에게 지금의 대한민국과 태극기는 어떤 의미로 비춰질지 궁금하다.
 
 미국은 단지 참전국에 불과하면서도 전쟁을 잊지 않고자, 참전자들을 위로하고 앞장서는데 정작 전쟁 당사국인 대한민국은 6ㆍ25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사리사욕과 눈앞의 정쟁에 사로잡혀 역사를 망각하는 정치인들이여! 6ㆍ25를 외면한 채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찌 논한단 말인가. 호국 전상자들의 통곡이 들리지 않는가. 사회의 냉대가 전쟁 상이자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고 있는 현실을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대한민국을 위해 청춘을 바친 전쟁 상이자들의 한 맺힌 절규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2009년 12월 23일 2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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