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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찰과 함께하는 졸업식?

 
 
 
근래에 드물었던 추운 겨울이 겨우 지나고 입춘과 더불어 졸업식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날을 기억해보면 늘 졸업식 꽃다발에 하얗게 자르르 윤기가 흐르던 버들가지의 도톰한 봉오리가 생각난다.
 
버들가지 봉오리는 새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기도 했지만 새 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부푼 희망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버들가지 봉오리 대하듯 졸업식을 대했고 또 다른 만남을 위해 애써 이별의 슬픔을 감추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졸업식이 잠시나마 해방구로 들어서는 기념일인가 보다.
 
꼭 일년 전 언론은 소위 ‘졸업빵’이라 불리는 교복 찢기와 밀가루 뿌리기, 졸업을 기념하는 청소년들의 알몸 뒤풀이 등등을 보도하면서 많은 우려를 나타내었다. 여기에는 이렇게 왜곡된 졸업기념 행동이 인터넷 공간을 떠돌아다니고 이것으로 피해를 입은 청소년들의 얼굴이 알려지면서 청소년들의 졸업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들어 경찰과 교육과학기술부는 잘못된 졸업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각 졸업식에 경찰을 배치하고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해 주요 졸업식 사고는 서울 1건, 경기 2건 등, 총 5건 에 불과했으나 워낙 인터넷에 떠돌던 졸업 뒤풀이 문제가 강력했던 터라 마치 전국적인 사회문제로 각인이 된 것이다.

물론 ‘졸업빵’이나 ‘졸업뒤풀이’로 불리는 청소년들의 졸업문화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어쩌면 청소년들은 그동안 학교라는 울타리에 갇혀 지내며 답답했던 심정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 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한창 자유분방한 영혼이 무한경쟁의 정형화된 틀에 갇혀서 꼼짝하지 못하고 있으니 한번쯤은 큰 소리라도 질러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나 지나치면 부족한 것 보다 못한 법이다. 졸업이 인생의 한 단계를 넘어서는 진정한 해방의 기쁨이 되려면 이에 상응하는 발전된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아마 많은 청소년들은 지난해의 졸업식 사고를 바라보며 나름대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이번 졸업식에는 축제나 작품전시를 함께 하는 달라진 졸업문화를 담고 있다는 보도도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청소년들과 기성세대의 소통이 시작되고 있다는 반가운 지점이 발견되고 있다. 이렇게 잘못된 것은 서로 논의하며 함께 고쳐나갈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의 실수와 잘못은 더 큰 발전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청소년들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할 때 진정한 자아발전도 따라오게 된다. 중등학교 졸업식 날 교문 앞에 서있는 경찰의 모습에서 70, 80년대의 강압적인 사회분위기를 느꼈다면 이는 나만의 회상일까?
 
경찰과 교사가 교문 안에 들어서는 학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황당한 상황에 어떤 학부모들은 안심을 표시하기도하지만 어떤 부모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졸업식은 또 다른 시작이다.
 
청소년들의 아름다운 시작이 선도활동을 빌미로 경찰의 감독을 받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느낌이 든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관리감독 하는 것보다는 무엇이 잘못인지를 스스로 인식하여 고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교육이다.
 
이전의 일부 졸업문화가 잘못이라면 청소년들이 스스로 비판과 자성을 통해 잘못을 시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교육적이고 전반적인 인성발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인성교육에는 자기주도 학습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2011년 2월 18일 16호 15면]
[2011년 2월 18일 1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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