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최초 ‘여성’, ‘최연소’, ‘초선’ 시의회 의장의 타이틀을 단 부산광역시의회 제8대 시의회 박인영(41) 의장이 취임했다. 지금까지 시의회는 3선 이상, 50대 이상의 남성들이 수장을 맡아온 곳으로 40대 초반의 젊은 여성 시의장의 탄생은 새로운 생활정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전반기 의정 한달을 맞이하는 박인영 의장을 만나 소감과 운영계획을 들어본다. Δ벌써 전반기 의회도 한 달이 다되어간다. 그동안의 소회를 말해달라? - 여러모로 부족하고 모자란 저에게 중책을 맡겨 주신데 대하여 감사함과 더불어 한층 높아진 시민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책임감도 무겁게 느끼고 있다.이럴 때일수록 자만하지 않고, 지금의 초심을 지키며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잡고 있다.
Δ시의원 47명 중 41명이 초선이다. 의장은 물론 전체적으로도 의회가 젊어졌는데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는 시민사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의회를 이끌어나가는데 적잖은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 뭔가 앞에 붙는 수식어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세간의 주목을 크게 받게 되고, 개인적으로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제 마음 속에는 두려움이나 걱정보다 새로운 출발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왕에 ‘최연소’,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면 과감히 ‘퍼스트 펭귄’이 될 것이다. 펭귄은 그 맨 앞에 선 펭귄이 뛰어든 후에야 뒤따르던 수많은 펭귄들이 다이빙을 한다고 한다. 불확실성의 세상에 과감히 도전하는 펭귄. 이전까지 시민 여러분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모습과 함께 낡은 것, 관행적인 것, 불편한 것, 불필요한 것들은 깨고, 상식과 원칙, 합리와 균형은 꼭 지켜 나가겠다.
지금 우리 시민들은 여성이냐 남성이냐, 나이가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력을 눈여겨보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여자라서 뭐가 안 되고, 어려서 뭘 못한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Δ 활짝 열린 의장실 문이 열린의정을 지향하는 실천적 의지를 담은 듯 하다. 앞으로 의정은 어떻게 끌고나갈 계획인가. 의정운영 소신과 방향은? - 제8대 의회가 나아가야 할 큰방향은 명실상부한 ‘민의의 전당’이다. ‘민의의 전당’은 모든 시민들의 꿈과 희망은 물론 아픔과 상처까지도 보듬어 주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담아내는 곳이어야 한다. 시민 누구나 의회를 적극 활용하고,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의회’를 만들고 싶다.
우리 시민들은 이미 스스로의 힘(촛불혁명을 통해)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정치를 바꾸는 국민이 승리하는 역사를 경험했다. 이제부터는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실제정책으로 반영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하고 싶다. 다만, 지금은 한 사람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오로지 ‘부산’, 오로지 ‘시민’이라는 기치 아래 언제나 시민의 눈높이에서 시민의 삶을 고민하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의정 활동으로 참다운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신뢰받는 의회가 되도록 하겠다.
Δ 3선 구의원으로 생활정치경험을 쌓았는데 금정구의회 시절 의정활동과 정치 입문계기와 함께 말해달라. - 사실 정치계에 입문하기 전까지 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에는 무 관 심 한 편 이 었 다 .하 지 만 2002년 대선에서 정치인 노무현을 보면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돈도 내고 조직도 꾸리고, 대통령 당선이라는 기적적인 결과까지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처음으로 정치에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2004년 28살 때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이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 금정구의원으로 당선되었고, 이후 내리 3선을 했다.
구의회에서는 주민도시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거쳐 부의장 등을 맡았다. 지난해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의 부산선대위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생활자치와 현실정치의 경험을 쌓았다. 구의원은 주민들의 꿈과 희망을 정책으로 담아내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시의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의 고단한 삶에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되고, 시민들의 삶 곳곳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데 힘쓸 계획이다.
오로지 ‘부산’ 오로지 ‘시민’을 기치로
꿈과 희망을 담아내는 신뢰받는 의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퍼스트 펭귄 될것
Δ시정은 구정보다 훨씬 규모나 예산면에서 폭넓고 크다. 전체 의원을 이끌어나가고 전문성을 확보 해나가는 게 관건인데, 초선의원이 많아 일각에서는 실험의정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대책과 견해는? - 저도 초선이지만, 이번 8대 의회 의원들 가운데 마흔 한 분, 전체의 87%가 초선의원이다.초선의원많다는 것은, 그만큼 젊고, 기성 정치에 찌들지 않았고, 시민의 눈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초선이라고 하지만 시의회가 처음이지 다들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알짜’ 초선이다. 그동안의 부족함과 아쉬움들을 모두 채워줄 정도로 맹활약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초기에는 의욕이 앞서 자칫 의도하지 않은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다. 일단, 부족한 부분은, 경험과 비전을 두루 갖춘 다양한 자문그룹을 활용 한다거나 선배·동료의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채워 나갈 것이다. 의회 내부적으로도 의원들이 빠른시간 내에 의회에 적응하고, 의정활동을 본 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Δ집행부 시장이 같은 당이라 시정의 견제와 균형 발전을 견인하기 곤란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 부산시도 23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의회도 기존과 다른 정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지금 우리 부산은 그 어느 때보다 대화와 협력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할 때다. 시민의 대표로서 우리 의회의 책임과 역할이 그 어느때도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시민행복과 부산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시와 교육청 그리고 의회는 ‘운명공동체’다. 경쟁자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중요한것은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서로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라도, 한 부분이라도 삐걱거리면 결국 모든 피해와 불편이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앞으로 터무니없는 집행부 발목잡기도 없겠지만, 스스로 거수기 노릇을 자처하는 일도 결코 없을것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의회가 지역 현안들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하나의 정책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시민 여러분께 자주 보여드릴수 있도록 하겠다.
Δ역대 부산시의회 최다 여성의원이다. 10명 정도면 여성특위 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 이제 첫 임시회를 마쳤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첫 단추는 잘 꿴 것 같다. 앞으로 4년, 장기레이스를 시작하는 입장이고, 그야말로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이 시작은 과거에도 있었던 또 하나의 시작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초반부터 너무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멀리보고 넓게 소통하면서 의정을 풀어 나가려고 한다. 여성특위 문제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얼마든지 구성할 수 있다고 본다.
Δ 여성 및 소외계층을 위한 전문특위 또는 성평등위원회를 두어 집행부의 젠더정책을 견인하는 것도 좋을것 같은데? - 이번 선거를 통해서 우리 부산에서도 3명의 기초단체장, 10명의 시의원, 65명의 기초의원이 탄생하며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래 세부문 모두에서 최다 여성 당선자를 배출했다. 그럼에도 보이거나 또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장벽은 여전히 완강하다. 세계경제포럼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의 성 격차 지수는 조사대상 144개국 가운데 여전히 하위권인 100위권 바깥에 있다. 특히 경제적 참여와 기회에서 남녀 간의차이가 크다. 우리의 부끄러운 실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미투’를 비롯해 종래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가 분출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우리 사회에 잔존한 의식과 행동을 원천적으로 재점검하라는 요구라고 본다. ‘성평등 실현’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한 국정과제의 하나다. 의회에서도 지역사회에서 성 차별을 만드는 구조와 현실을 개선해가는데 의정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성평등이 실현되면 남성들은 그동안 누렸던 특권을 놓겠지만, 동시에 가부장제에서 남성이 짊어졌던 의무들도 하나씩 자취를 감추게 될거니 결국에는 모두에게 이익이란 점을 알게 될 것이다.
Δ 비교적 일찍 정치를 시작한 편이다. 여성이라서 차별과 불편을 느낀 적 있는가. - 저는 아이덴티티 자체가 여성에 크게 매여있지 않다. 그리고 지금껏 유리천장을 한번도 느껴본적 없다. 오히려 여성이라는 점이 플러스였다. 다만 최고 결정의 순간, 아무리 좋은 의견도 의사결정은 비율로도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제가 가장 주력하고 싶은게 단순히 여성들의 비율 채우기가 아니라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힘있는 보직에 여성들이 보다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3급 여성관리직 비율을 확대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하는 게 예산 인사 기획 감사 등 중요한 직책에 여성들이 진출하도록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Δ지역구 현안과 더불어 시정현 안도 만만찮다. 일자리 문제, 서민경제, 날로 어려워지는 기업환경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전반기 가장 주력하고자 하는 관심분야는? - 현재 부산은 저출산‧고령화,청년 일자리, 복지와 분배 문제 등 쉽사리 돌파구를 찾기 힘든 수많은난제들에 직면해 있다. 뭐 하나 쉽고 만만한 게 없고, 단기간에 속전속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의회에서도 눈앞의 현안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다 중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다가올 변화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대비하는 준비를 해야한다.
당장 필요한 임시방편의 응급 처방뿐만 아니라 지역의 자치 역량을 키우고, 지역경제의 체질을 혁신하는데 도움이 될 방안들을 찾겠다. 무엇보다 지금은 빠른 해법보다 바른 해법이 필요한 시기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당장 시급한 서민생활 안정과 복지, 일자리 창출 등에서는 시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Δ끝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 지역 유일의 여성전문매체로서 부산여성뉴스는 그동안 우리 부산이 여성친화도시이자 조화로운 양성평등 도시로 자리매김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 늘 한결같이 당당하고 바른 목소리를 내는 미디어로서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 나가길 바라며 우리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일들을 해주시기를 기대한다.
저희 의회에서도 여성의 목소리, 여성의 힘, 여성의 지혜를 모으는데 함께 힘을 보탤 것이다. 선의를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 말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겠다. 확실하게가겠다. 지켜봐 달라.
유순희 기자
[2018년 7월 27일 제102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