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아 부산아트매니지먼트 대표
음악계 작은 거인. 27년을 한결같이 클래식음악 대중화에 기여해온 이명아 (58) 부산아트매니지먼트 대표. 그의 외길인생이 중년을 훨씬 넘긴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2~10일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음악제의 가시적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그간의 노력과 투자가 결코 밑지는 장사?만은 아니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수년째 세계 클래식 거장들을 부산으로 불러들여 지역에 신선한 음악적 경험과 충격을 안겨준 이대표는 클래식 음악인구가 척박한 지방도시에서 그동안 500회가 넘는 실내악을 기획, 평생을 클래식전도사로 일해왔다.
최근엔 영화의 전당 개관 축하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도 활약, 지역내 공연기획전문가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적게는 수 억대에서 많게는 수 십 억원대로 '관'에서조차 감히 엄두를 내기 어려운 국제규모의 클래식제전을 개인의 사재로 메꾸어가며 7회째 이어온 당찬 용기와 추진력에 국내외 음악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많은 국제규모 음악제가 3회를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이 대표는 마의 3회 고개를 무난히넘겼고 5회, 6회 그리고 7회를 넘기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메세나 협의회, 부산광역시에서도 뒤늦게 관심을 갖는 주목받는 음악제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3년을 버티니 5년도 버텨지고 7년을 치르고 나니 10년을 내다보게 됩니다. 몇 해 전 음악협회 주최로 유사한 행사인 마루국제음악제가 돌연 개최돼 타격이 컸지만 질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강화, 지금껏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성공비결은 예술성, 대중적 호감도 등을 고려한 연주자를 보는 안목과 기획력에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동안 클래식음악을 기획하면서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백혜선 피아니스트를 음악감독으로 초빙,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면서 국내외 음악인 인적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한 덕분이기도하다.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클래식 연주자들을 부산으로 초대해 부산문화를가한층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이 대표는 국제규모 음악제이지만 부산의 연주자들을 매회 포함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지역음악인들이 함께 무대에 섬으로써 덩달아 성장하는 기회로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자칭 지방 의 기획공연자로서 갖는 일종의 원죄의식?과 사명감 때문이다.클래식 인구가 척박한 지방도시에서 클래식음악으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일. 하지만 이대표가 기획하면 뭔가 달랐다.
지난 85년 부산의 클래식 공연문화 1세대인 부산예술협의회 박숙자 대표 밑에서 기획실장을 역임하며 실무를 익혔던 이대표는 클래식 음악기획자로 황금기를 보냈다.
98년 독립해 지금의 부산아트매니지먼트를 설립한 이 대표는 당시 러셀셔먼 음악회를 기획, 전석 매진되는 히트를 쳤고, 좋은 기획과 연주자만 있으면 충분히 클래식도 해볼만하다는 용기를 얻었다.
IMF로 인한 경기침체로 지역경제가휘청거릴 때에도 오히려 쏠쏠하게 재미를 본 그도 어느 순간부터 관과 기업주도의 문화행사가 늘어나면서 초대권 문화가 판을 쳐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억지로 방청석의 관람객을 동원해야 자리를 메꾸게 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문화가 '습'처럼 안착하면서 공연기획자들이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그는 100% 표를 팔아 관람객을 동원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감했다고.
"부산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초대문화가 사라져야 합니다. 단돈 만원이라도 표를 구매해서 공연을 보는 것과 무료로 공연을 보는 것은 문화를 향유하는 질적인 차이가 반드시 있기 때문입니다." 초대권을 안뿌리기로 정평이 난 이대표가 바람직한 공연문화 선도를 위해 고집스럽게 지키는 철칙은 공짜 표를 남발하지 않는 것.
초대손님은 일회성으로 그치지만 단돈 만원이라도 표를 구매해서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마니아층이 늘어나게 되고 클래식 음악인구가 저변 확대되는데도 기여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돈없고 빽없으면 아무리 기획전문성이 있어도 살아남기 어려운 풍토속에서 기획자로서 인정받고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대표는 지방의 공연기획자들을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머잖아 부산에서도 훌륭한 음악인들도 많이 배출돼, 지방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의 연주회에도 줄지어 표를 사들고 몰리는 관람문화가 조성되기를 소망한다"며 "클래식음악 마나아층 확대를 위해 부산국제음악제를 100년 200년 이어갈 수 있는 토대마련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유순희 기자
[2012년 2월 17일 28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