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18일

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산은 산, 물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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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 de Taney 타네 호수는 스위스 오뜨사브아 프랑스와의 경계에서 Rhone 계곡을 내려다보는 해발 1500미터 산악에 있는 푸른 호수다. 하늘지붕 아래 병풍산이 물을 품는 그림 같은 모습에 숨이 멎을 지경이다. 알파인 로즈, 산악 제비꽃, 투구꽃과 수많은 양서류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는 이곳은 60여 곳의 국립 자연 보호구 중 하나이다.
 
산 중턱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이 너머는 허가를 받은 택시나 산 정상 작은 마을주민 차량들만 올라가게 되어있다. 왕복 80프랑(85,000원)이나 내고 사륜구동 택시를 탔다.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어린아이도 있고 내 발에 문제가 있어 택시를 타고 올라갔다.
 
울퉁불퉁 꼬불꼬불 가파른 산길을 10분정도 오르자 운전수가 ‘자,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차에서 내려 아래로 내려가 보시지요‘ 한다. 희한하게도 거기서 부터는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펼쳐지고 몇 발자국 안가 그만 깜짝 푸른 호수가 느닷없이 등장해버리는 것이다.
 
이 풍경을 감히 엄숙한 고요라고 표현하고 싶다. 거침없는 그러면서도 위엄 있는 자연의 색깔들에 인간이 압도당하는 순간이다. 간간이 집 몇 채가 보이는데 이런 산꼭대기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사람들은 조용히 걷고 조용히 말을 나누고 가만히 쉬고 있다. 산 정상 유원지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먹자판도 술판도 없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도 안 보인다. 사람이 자연 앞에 얌전히 있는 풍경이다.
 
배낭을 풀고 간단한 점심을 마치고 물에 다가갔다. 놀랍게도 알게(algae 조류)가 물가에 보인다. 지구온난화가 여기까지 미쳤을까? 한 아이가 팔뚝만한 물고기 죽은걸 진흙에서 발견하고는 쥐고 흔들고 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나는 왜 그림같은 산악 호숫가에서 성철스님의 화두를 떠올릴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가만히 놔두라는 뜻이 아닐까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존중해주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인간도 산이나 물과 동격의 자연이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인간이 건방지게도 자연을 너무 건드려서 이상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타네 호수는 지구가 태어날 때부터 산과 함께 고요히 그 자리에 그냥 있었다.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이 호수를 발견하고는 건드리기 시작했다. 인간은 산에 물어보지도않고 마음대로 들어갔다. 많이 모여 살다보니 평화를 위해 인간은 공중도덕을 생각해내었다. 영국이나 일본 등 외국의 조용조용한 술집 풍경을 신기하게 다루는 한국 블로그들을 본 일이 있다.
 
이제 인간사이의 공중도덕만 염두에 두지말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도덕도 생각해 볼일이다. 다행인 것은 스위스인들은 이제라도 늦었지만 산에 미안해하고 인간도 산도 동격으로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듯하다. 많은 노력들이 보인다.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걸 적어보면, 산에서 조용히 하기, 산에 쓰레기 버리지 말기, 산에서 간단히 먹기, 보호구역화하기, 몇몇 산마을에는 전기 차만 다니게 하기, 산을 쉬게 하기. 소를 키우는 마을에서는 소의 정서를 생각해 소 옆에 사는 인간은 저녁이면 목소리를 낮춰야한다. 곤충 서식지를 위해 풀은 다 베지 말고 10%는 남겨두어야한다. 말은 한 마리만 키우면 안 되며 2마리를 함께 키워야한다.
 
캐나다의 그림 같은 벤프 호수에서의 까다로운 규정 중 하나가 보트는 일정크기 이상이어야 하며 반드시 화장실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노력들에는 규정이 많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규정을 정해놓은 이상 지켜야할 것이다.
 
수년 전에 있던 일이다. 설악산에서 입산금지 팻말을 자랑스레 무시하던 나의 동창들이 있었다. 일단 규정을 정해 놓으면 잘따르는 스위스인들을 보면 이 나라가 왜 유럽의 정원이라는 소리를 듣는지 알 것 같다.
 
[2015826일 제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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