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18일

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예술적인 지구사랑의 화신들

 
오민경.jpg
 
젊은이들이 모여 든다. 삽과 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내던져져 흉한 거리 모퉁이 땅에서 게릴라전을 치른다.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시청이나 구청에 물어보지도 않은 채 쓰레기를 걷어내고 잡초를 뽑고 거름을 주고 꽃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고 물을 준다. 땅은 비로소 숨을 쉬더니 얼굴을 편다. 머지않아 꿈틀 싹이 틀 것이고 사람들의 다정한 눈길이 머물 것이다. 누가 도회지는 으레 그런 곳, 찌푸리며 지나치는 곳이라고 했던가.
 
게릴라들이 나섰다. 그들은 총 대신 꽃이라는 사랑의 무기를 들고 전쟁을 치른다. 70년대 미국서 시작한 게릴라 가드너는 호주 유럽 캐나다로 퍼지더니 이제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이런 젊은이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SNS 시대에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들이 어느 샌가 이 땅에서도 펼쳐진다. 기분 좋은 일이다.
 
게릴라까지는 못가더라도 내가 지구를 위해 오늘도 할 수 있는 일이란 가을이와 산책을 하면서 잡초를 뽑는 일과 널브러진 개똥들을 거두는 일이다. 남편은 아파트단지 내 담배꽁초나 휴지를 줍는데 이제 이 동네는 스위스처럼 일본처럼 깨끗한 동네가 되었다. 나는 잡초, 남편은 휴지. 깨진 유리창 이론이 말해주듯 주위가 깔끔하면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고 범죄율이 낮아진다고 하지 않았는가.
 
잘 사는 나라들에 가보면 정원에 많은 신경을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영국에는독거노인네 정원을 손질해주는 자원봉사자들도 있다. 함께 사는 세상 기왕이면 함께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는 철학이 있는 듯하다. 빌려 쓰는 지구에 사는 동안은 가꿔서 함께 누리고 잘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
 
일본만 해도 동네 골목 도로 등이 스위스 못지않게 예쁜 꽃과 식물들로 가꿔져있다. 걷고 싶은 골목들, 똑똑 문 두드리고 들어가고 싶어지는 집들이 있다. 우리도 이웃집 대문 앞에 연탄재나 쓰레기를 갖다 버리던 시절이 지나 어느 듯 정원을 가꾸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에도 대학교에 게릴라 가드닝 동아리들이 생겼다고 한다. 지역에도 일반인들의 게릴라 가드닝단체가 생겼다고 한다. 그들은 조경 수업을 받는다고 들었다. 에너지 넘치는 우리 젊은이들도 삭막한 도시의 방치된 곳이나 자투리땅에서 게릴라전을 치루고 있다.
 
5월 1일은 ‘세계 게릴라 가드닝의 날’이라고 한다. 로스앤젤레스 같은 곳에선 씨앗 폭탄을 파는 자판기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영국의 어떤 이는 기차역 옆 방치된 공터에 꾸준히 씨앗을 뿌리고 다녀 데이지 천국을 만들었다고 한다. 버려지는 깡통을 화분으로도 이용한다. 씨앗을선물로 나눠주기도 한다. 질 좋은 흙에 버무린 씨앗폭탄을 공해로 찌들은 빈터에 던지며 게릴라전을 치른다.
 
자동차도로 한가운데 들어앉아 어쩌지도 못하던 땅에 어느 틈에 게릴라 가드너 들이 몰려와 두어 시간 만에 어여쁜 정원으로 변신해 놓는다. 지나는 이들이 미소를 머금게 하는 이게릴라들은 예술적인 지구사랑의 화신이다.
 
[2015625일 제6513]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