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7월 15일

레저/여행

여행에서의 피그말리온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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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 사람은 자기가 정말 원하는 모습의 여인을 조각하고 그 여인의 조각상에 매일 입을맞추고 깨끗이 닦아주었으며 사랑을 속삭이고 살아있다면 정말 좋겠다며 기도했다. 그 정성이 갸륵해 어느날 미의여신 아프로디테가 그 여인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었고 피그말리온은 그 여인과 여생을 행복하게 살았다는 미담이다. 그만큼 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다.

내 여행은 언제나 간절하다. 이 순간이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임을 알기에 호화롭고 돈을 쓰며 다니기 보다는 매번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 여행도 어려움속에서 배움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조금 더 저렴하게 조금 더 소통하며 다닐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매번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더 특별한 여정을 만든다는 것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번 여행지 뉴칼레도니는 우리나라 드라마 꽃보다 남자라는 재벌 2세 남자와 한 당돌한 소녀의 러브스토리에서 화룡점정이 되는 씬에서 등장한다. 사랑을 약속하고 경비행기를 타고 나르며 하트모양 섬을 보는 장면이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춘의 가슴을 방망이질했다고 한다. 그렇게 알려진 뉴칼레도니는 유럽인들의 휴양지로서의 역할이 크다. 휴양지는 말그대로 관광객위주이기 때문에 물가는 높고 할 것도 많으면서 고급화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휴양지에서는 대중교통보다는 프라이빗한 교통수단이 더 돈이 되고 쉬우며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바가지쓰기 쉽기 때문에 더 긴장해야한다.

뉴칼레도니 공항에 도착하니 입국수속 게이트부터 고급스럽다. 아크릴 통 유리에 온통 하얀 공항의 느낌은 깔끔함이 느껴졌다. 불필요한 물건들은 없는 프랑스의 미니멀리즘이 돋보인다. 수속을 받기도 전에 환전소가 안에 있었다. 간혹 공항세 혹은 비자를 구매해야하는 사람들에게 현금으로 뽑아오라고 하기 위해 현금인출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정식 환전소가 안에 있는 모습은 신선했다. 밖에도 분명 환전소가 있을텐데 생각해보았을 때는 환율 차이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가면 들어오지못하니 밖에보다 환율이 좋은지 안좋은지는 모를일이다. 물어봤을 때 솔직히 말해줄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속는셈치고 물어보았다.

미국달러를 바꿀건데, (환율이) 안이 좋나요 밖이 좋나요?“

밖에보다 이 안이 환율이 더 좋아요. 나중에 나가서 비교해보세요.”

.. 그러면 지금 환율할게요.”

말을 하며 미국달러 100$(한화 약 12만원)을 내밀었다 USD(미국달러 1달러) = 1CFP(프랑스1프랑)

Comptoirs Français du Pacifique (“프랑스령 태평양 금융 계약”) 돌려받은 프랑은 9500프랑(한화 약 106,000)을 돌려받았다. 어떻게 보면 손해지만 중요한 것은 나가서 환율을 보았을 때도 손해를 보게된 것이냐는 것이다. 밖에 나와서 환전소를 보니 100USD를 바꾸면 9,100프랑 만약 그 직원이 나를 속인 것이었다면 나에게 있어 뉴칼레도니는 평생 안좋은 인상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신의를 지키는 모습으로 좋은 첫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연말이다보니 홀리데이 기간에 돌입했다. 관광안내소에도 정식 안내원이 아닌 모양이다. 도심지, 원주민 등 이것저것 사진을 보여주며 정보를 물어도, 도시를 가는 방향은 저기서 택시를 타라는 말 뿐이다. 실제로 도시를 가는 방법만 도돌이표처럼 가르쳐준다. 아무리 휴양도시 고급관광도시라고해도 대중교통이 없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버스도 물었지만 택시에 대한 정보만 가르쳐준다. 안내원을 뒤로하고 지도만 챙겨서 나왔다. 안내받은대로 택시 승강장으로가자 도시까지가는 그 1시간거리가 무려 3100CFP(한화 약 33000)이다. 이건 말도안된다. 관광객에게서 착취하는것이나 마찬가지다. 분명 버스가 있을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둘러보기 시작했다. 조금만 걸어가자 버스정류장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한명도 없었고 버스도 없었다. 조금 더 걸어보며 둘러보기를 20분째, 버스를 못타면 노숙이라도 하겠다는 각오로 눈에 불을 켜고 사람이나 버스를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예의 그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왔는데 흰색에 주황색 초록색이 줄무늬처럼 섞여져있는 버스가 있었다. 버스에 올라 버스비가 얼마인지 물어봤는데 설명을 어렵게 해주셔서 못알아듣겠다. 1000프랑은 안넘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1000프랑을 내밀었더니 775프랑을 거슬러 받았다. 225프랑이라는 것인데, 택시였다면 13배에 달하는 금액을 받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택시로는 40, 버스로는 2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여행하는 내게 사람들은 너무나 바쁘게 여행해서 여행같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돈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이동시간을 조금 넉넉히하더라도 아낄 수 있는데서는 아껴야 한다는게 내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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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를 타고 가는데 마치 가족석처럼 마주보고 앉는 좌석이 있다. 버스는 이용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 우리나라처럼 만원이 되어 일어나있는 사람도 없다. 이 버스에서 참 고마운 것은 좌석 옆에는 USB 콘센트가 있다. 이 콘센트로 휴대폰 충전을 할 수도 있다. 주로 그런용도를 위해 있는 소켓인 것 같았다. 나도 USB에 휴대폰을 연결해 꽂았고 휴대폰을 품속에 꼬옥 껴안았다. 혹시나 의자에서 잠이라도 들면 언제 어떤 형태로 도둑맞을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벽면에 줄이 달려있다면 귀중한 무엇인가가 저 선을 따라가면 있다는 것을 온 동네에 소문내는 꼴이니 말이다. 그렇게 충전기를 연결하고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도로 좌 우로 듬성듬성 있는 조각 같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궁금증은 참지 못하는 내가 건너편에 앉아있는 사람을 불렀다.

저기, 실례합니다.”

네 무슨일이시죠?”

저는 한국에서 여행에 대한 책을쓰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혹시 길가에 듬성듬성있는 저게 왜 있는줄 아시나요?”

저거 라고 하며 가리키는데 이미 버스는 그것을 지나버렸고 또 다른 저것을 가르키기위해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빨리 안나와서 서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렇다고 다른 이야기를 하자니 뜬금없고 빨리 그 듬성듬성있는 조각상과 조우하고 싶었지만 난감했고 그는 기다리다 내 대각선에 살며시 앉았다. 구부정한 자세로 기다리기는 불편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었나보다. 그렇게 5분쯤 지나자 예의 그 조각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거요! 저거! 하얀색 저 조각 같은것들이 뭐죠?”

무덤이요?”

아 저게 무덤인가요? 가다보면 한 개씩 길가에 무덤이 있는데요. 그 이유가 궁금하네요.”

섬나라 사람들은 원래 부족사회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사고와 문화, 장례 풍습등을 가지는데, 어느쪽인지는 모르겠지만 길가에 치인 동물을 저렇게 묻어주고 성대하게 묘지를 마련해주는 사람도 있고 죽은 사람을 그 자리에 바로 묘지로 만들어 모시기도 합니다. 방금 본 저 십자가형태의 묘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분을 모신 자리이겠네요.”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 그 자리에 묻어드린다는게 신선하네요. 설명해주셔서 고마워요혹시 이곳 뉴칼레도니 누메아에도 묘지가 있을까요?“

네 묘지가 있는데, 이방인이 찾기에는 다소 어려운 곳에 있어서 아마 찾아갈 수 없으실 거에요. 저도 설명을 드리기는 어렵네요

네 정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뉴칼레도니 사람이신가요?”

네 지금 이곳 뉴칼레도니의 수도인 누메아 톤투타에 살아요.”

수도에 산다니 초면에 실례되는 질문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현지인과 호흡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염치불구하고 물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집에 초대해주실 수 있나요?”

아 그건 어렵겠어요. 연말이라서 친척들까지 다 저희집에 모여서요. 신의 가호가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네 하하 감사합니다. 혹시 누메아에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 도미토리 등이 있을까요?”

. 있어요. 뉴벨칼레도니는 프랑스령으로 프랑스의 소년들이 방학이면 소풍으로 놀러오기도 해서 청소년들을 위한 호스텔등이 마련이 되어있어요. 관광안내지도에도 나와있어서 찾기 어렵지 않으실 거에요.”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친절하게 외지인을 안내해준 그는 다시 본래의 건너자리로 갔고 창밖에 묘지들을 보며 복잡미묘한 생각을 가지고 눈을 감았다. 얼마나 잠이들었을까, 어느 순간 인기척에 눈을 뜨니 가족형좌석인 나의 자리 대각선에 무표정의 모자를 쓴 흑인 남자가 앉아있었고 나는 눈을 뜨자마자 내 짐을 확인하고 핸드폰 등의 물건들을 티 안나게 점검했고 이상이 없었다. 이 흑인남자도 혹시 누메아에 살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말을 걸려는 찰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알고보니 이곳은 누메아 도심지이자 이 버스의 종착지였기 때문에 나도 따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쏜살같이 사라졌고 안내지도 하나만 달랑 들고있는 나는 일단은 한 방향으로 주욱 걸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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