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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멋집

도자갤러리가 있는 식문화공간… 예술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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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왼쪽) 부산광안리 자연 한정식 전문점 진미정내 도자갤러리를 오픈한 요리연구가 정미희 선생. 진미정에서는 조형미와 색채감이 돋보이는 조상권 도자문화재단의‘ 광주요’를 상시 만날 수 있다.
 
 
귀족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정갈하여 더욱 품격이 느껴지는 우리 도자기에 자연의맛이 담긴 우리 음식과의 만남은 환상적인 궁합.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자연한정식 전문점으로 유명한 부산의 맛집 진미정(대표 정미희 박주식)이 최근 이천 광주요 조상권도자문화재단과 손잡고 상생의 만남을 가졌다. 일종의 도자기와 음식의 콜라보레이션.
 
자연요리의 식감을 돋우는 귀품있는 광주요에 음식도 예술로 태어나는 진미정 한정식 전문점이 홀 한 켠을 과감히 도자 갤러리로 개방했다.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아름다움으로 계승 발전, 프랑스에서 큰 호평을 받은 도자예술가 조상권도자문화재단 이사장의 대표적인 작품 수 백여 점을 이곳 진미정에서 만날 수 있다.
 
조상권(80·사진 오른쪽)이사장은 일본 동경에서 출생했지만 부산서 토성초등학교, 부산경남중학교를 다녀 부산과의 인연도 깊다. 이후 일본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다가 1960년 프랑스로 유학, 파리 사립건축대학 프랑스국립미술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당시 재불유학생 시절인 1960~70년대 어지러운 정치상황속 동백림 사건에 휘말려 국내 들어오지 못하고30여년을 재불작가로 활동해오다 1997년 귀국해 한국 도자 문화 발전에 매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상권 이사장의 작품은 전통의 아름다움에 대한 재해석면에서 압권이다. 조선의 것만이 전부인 냥 우리의 전통을 대변해왔던 도자문화의 실체를 전 역사를 통해 재조명,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고구려 벽제 신라 발해의 것까지 작품속에 오롯이 녹여내 우리전통의 미를 새롭게 되살려오고 있는 아티스트이자 장인이다.
 
귀국한지 15년이지만 그동안 조이사장의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많은 초대전 개인전을 통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여 국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일반 커피잔보다 크기가 작은 에스프레소 잔을 십 수 년 전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였던 이도 조이사장이다. 유럽의 문화에 전통문양을 입혀 다양한 색채로 선보인 에스프레소잔은 당시만해도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할 정도로 호기심 어린 눈빛들이었다.
 
그동안 편안하고 소박하고 투박하면서도 밋밋한 또는 백자와 청자만이 우리 것으로 알았던 잘못된 도자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조이사장은 작품속에 과감히 우리 도자의 독특한 화려함을 표현해냈다. 우리 한국적인 것에는 귀족적이고 화려한 도자기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진미정 조상권도자문화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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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침을 경계한다는 뜻의 계영배에는 백제의 문양을 더해 기다림의 미학을 살린 찻잔으로 다시 태어났고, 가야시대 마상배를 본 따 만든 오방색 잔과 주전자는 우리 전통도자문화의 화려함을 뽐내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여기에 은은한 방울소리로 술잔이 비었음을 알렸던 방울잔, 이렇듯 조상권 도자에는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되살아나 관람하는 객들도 흥미진진해진다.
 
이뿐인가. 미술 조각 건축을 전공한 예술가답게 도자예술 곳곳에 미적 감각과 조형미가 살아있어 예술성이 돋보인다. 크고 작은 작품들에는 과감한 색채와 틀을 깬 과감한 디자인의 시도,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그만의 도자기는 어디를 내놓아도 '광주요'의 색채를 제대로 발한다.
 
운명적 이끌림으로 상생의 공간을 탄생시킨 조상권도자문화재단의 광주요와 진미정 자연한정식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정갈하면서 귀품있는 색감과 디자인, 그 느낌이 왠지 닮았다. 그래서일까. 진미정의 요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릇이라고 생각, 평소 광주요에 매료돼 틈틈이 구입해왔던 진미정 대표 요리연구가 정미희 선생은 우연한 기회에 벡스코 전시장을찾았다가 낯익은 옥빛 광주요 도자에 이끌려 운명처럼 조상권 이사장과 만나게 됐다.
 
이후 진미정을 찾은 조이사장은 광주요가 빛을 발할 수 있는 공간임을 직시했고, 진미정의 정미희 박주식 대표도 이천 광주요를 방문했다. 이후 조상권도자문화재단과 진미정은 적극적으로 콜라보레이션을 추진했고 홀 한 켠 13여평 공간에 테이블을 과감히 접고 한달간의 준비 끝에 도자 갤러리 공간을 완성시켰다. 그것이 지난 8월 10일이다.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진미정의 콘셉에 맞게 전시공간도 웨딩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꾸몄다. 그도 그럴 것이 정미희 선생은 요리연구가이기 전에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예술가. 예술가의 손끝에서 우러나는 자연의 맛과 멋이 더욱아름다운 이유다. 그래서 식기에 담아져 나오는 진미정의 음식들은 눈으로 먼저 먹고 입으로 확인하면서 그 멋과 맛에 빠지게 된다.
 
정미희 선생은 "평소 미술관이나 박물관형태의 문화공간에서 식사와 차를 겸한 음식점을 하고 싶었다"며 "문화가 있는 상업공간이 요즘 트렌드이긴 하지만 품격있는문화와 식문화공간은 자신의 오랜 소박한 꿈이었다"고 말한다.
 
주말이나 연휴에 맞선이나 상견례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있는 진미정은 광주요의콜라보레이션으로 고객들에게도 한층 더 맛과 멋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힐링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혼수용이나 기념품용으로도 작품을 선보인다고 하니 다채로운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조만간 PGA 기념품으로 출시되었던 광주요 특별작품도 이곳 도자갤러리에서 한정판매작으로 선보인다.
 
한편 진미정의 음식은 슬로우 푸드다. 모든 건 자연에서 채취하고 자연에서 빌린재료로 즉석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특히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주요 맛소스도 직접 만들어 사용, 맵고 짜지않아 질리지 않고 속이 편안하다. 전통음식을 지켜나가면서 외국인이나 아이들도 좋아할수 있도록 새로운 메뉴도 계속 개발중이다.
 
주차장부터 휠체어 이용이 가능하고 넉넉한 주차공간도 갖추었다. 배려와 넉넉함이 있는 식문화공간, 문화와 음식이 공존하는 진미정에서 우리 전통도자문화의 새로운 역사를 이어갈 도자세계를 체험해보는건 어떨까.
 
새벽 갱촌에서 국을 고아 식지않게 이불에 돌돌 말아 사대문안의 대갓집으로 배달되던 양반해장국 효종갱(曉 鐘 羹),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신선로, 모양과 맛도 화려한 다채로운 코스요리와 단품요리를 맛볼수 있다. 코스요리 2만5천원~11만원, 상견례 코스요리 A코스 5만원, B코스 6만원. 전복갈비찜 2만원, 연잎밥 정식 1만2천원, 어린이 세트 9천원. 051)751-5534
 
유순희 기자
[2015826일 제6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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