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6일

레저/여행

인간이 빚은 탐욕의 재앙을 짊어진 나라



15-1-9.JPG

  
 

신이 내린 풍요로운 대지

  

아프라카에는 콩고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콩고민주공화국이고 다른 하나는 콩고공화국이다. 콩고강을 사이에 두고 두 나라가 마주하는데 희한하게도 수도가 국경지대에 위치한 데다 두 수도가 서로 인접해 있어 강 너머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다. 대개 수도는 나라의 중심쯤에 정하는데 이 나라들 수도는 유량이 풍부한 강 때문에 국경에 코를 맞대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이 한때 나라이름을 자이르라고 했기 때문에 그냥 콩고라고 하면 콩고공화국을 가리키는 것이 되므로 콩고민주공화국을 말할 때는 민주콩고, DR콩고, DRC 등으로 구별해서 불러야 한다. 두 나라의 수도이름을 붙여 콩고공화국은 브리자빌콩고, 콩고민주공화국은 킨샤사콩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의 목적지 콩고민주공화국은 첫인상부터 이렇게 복잡했는데 알면 알수록 진짜 복잡다단그 자체였다. 아프리카 중앙에 버티고 선 땅덩이고 세계 12번째 크기로 서유럽 전체와 맞먹는 정도이고 자원도 엄청난 데다, 국토의 중앙을 통과하는 적도 때문에 지구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지역 중 하나라서 아마존 다음으로 큰 열대우림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자원이 많다는 것이 현대사에서 어떤 의미인지 이미 오지여행을 통해 충분히 알게 되었기에 이 나라의 속사정이 지레짐작되었다. 게다가 종족구성도 역시나 다양하여 더욱 복잡한 양상이었다.

국민의 대다수는 반투계이고 대표적인 네 부족은 몽고족, 루바족, 콩고족, 함족으로 함족을 제외한 나머지 세 종족이 모두 반투족계열이다. 반토족은 200개가 넘는 부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언어는 콩고어, 링갈라어, 스와힐리어, 루바어가 고루 쓰이지만 1960년에 벨기에에서 독립했기에 공용어는 프랑스어다.

    

킨샤사 둘러보기

 

민주콩고행 비행기 안에서 우리 일행은 옆자리에 앉은 디디라는 사람을 알게되었다. 40대 포반쯤의 인상 좋은 이 남자는 중국과 무역을 하는 비즈니스맨이었는데 대화 끝에 우리 여행을 도와주기로 했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다 할 줄 알아 의사소통에 도움이 될 듯 했고, 7년된 포드차량을 하루 백 불에 빌리는 것도 썩 괜찮은 제안이라 생각했다. 그가 안내해준 현지호텔도 웬만해선 불편함이 없었다. 다음날 그는 약속한 9시보다 30분이나 늦게 우리를 픽업하러 왔는데 그가 끌고 온 포드차는 아무리 못 해도 10년은 더 된 듯이 보였다.

 

그는 중국출장에서 돌아와 바로 우리와 여행을 하게 됐지만 어머니를 찾아 뵙는 걸 미루지 않았다. 디디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분으로 이목구비가 시원하고 푸근한 느낌의 여성이었다. 디디는 형제 중 셋째인데 그가 20대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9형제를 키웠다고 했다. 디디가 어머니에게 선물과 용돈을 주며 살갑게 대하는 걸 보니 어머니가 행복해 보였고 9형제나 키워낸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일단 수도 킨샤사Kinshasa를 둘러보며 활기찬 시내분위기를 느껴보았다. 킨샤사 인구가 9백만에 육박하는 대도시라고 하기에 천만 도시 서울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면적은 서울의 16배에 이른다고 해서 적잖이 놀랐다.

사실 빈곤하기로는 일인당 GDP4백 달러(2013년기준 228번째)로 세상에서 꼴찌 가는 나라지만 최근 몇 년간 실제경제성장률은 매년 6-7퍼센트를 넘는 만큼 시내 곳곳이 활기차보였다. 그런 경제성장의 열매를 국민이 아닌 엉뚱한 이들이 누리고 있는게 문제지만 말이다.

     

15-1-2 킨샤사시내에서 열린 기독교인집회.JPG

  

수도 킨샤사는 독립 전에는 80년 이상 레오폴드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는 민주콩고가 벨기에 레오폴드2세의 재산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1880년 그의 지원을 받은 헨리 스탠리Henry Stanly가 말레보호Pool Malebo에 도착하여 현지인과 정착허가권리협정을 맺었다. 아마도 그들 식으로 표현하자면 콩고를 발견하고 개척하여 벨기에령 콩고자유국을 얻는 셈일터이다.

 

첫 번째로 찾아간 킨샤사예술대학Academie des Beaux-Arts은 아프리카에서 명망있는 대학으로 식민지시절부터 흑인학생도 입학할 수 있는 진보적인 학교였고, 독립 이후 킨샤사종합대학이 생기기 전까지는 최고의 대학으로 꼽혔다.

학교 정원에는 학생들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 마치 큰 조각공원을 구경하는 것 같다. 죄를 지은 남자 둘이 타이어와 사슬에 묶여 절규하는 조각상은 고통에 찬 모습이 어쩐지 라오콘상을 생각나게 했다. 생김새도 조각의 느낌도 전혀 다르지만 인간이 갖는 고통의 모습이 서로 닮은 데가 있어서일까.


15-1-4 절규하는모습을조각한킨샤사예술대학캠퍼스의학생작품.JPG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모습의 작품도 있고, 부족의 전통 머리모양을 한 아름다운 여인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자상도 있다. 물소의 뒷덜미를 물어뜯는 사자상은 어찌 보면 사귀자고 덤비는 에로틱(?)한 모습으로도 보인다.

 

    15-1-5 캠퍼스의 모자상.JPG

 

가까이 있는 국립박물관은 규모가 작고 허술한데 벽화는 인상적이다. 콩고강을 거슬러온 탐험가 스탠리와 그가 사용한 배도 볼 수 있고 문제의 레오폴드2세 동상과 전통악기, 생활도구, 마스크 등 콩고와 아프리카의 다양한 유물이 있다. 코이카에서 이곳 박물관을 무상건립하는 문화사업을 벌이고 있어 몇 년 후면 우리가 지어준 콩고국립박물관이 선을 보일 예정이라 하니 어쩐지 뿌듯한 기분도 든다.

 

이곳은 콩고강과 콩고공화국의 수도 브라자빌을 굽어보는 언덕에 위치해서 강을 구경하기에 좋다. 콩고강은 아프리카에서 나일강 다음으로 긴 4,700여 킬로미터의 길이를 자랑하며 수심은 세계에서 가장 깊다.

원래 강 유역은 수렵과 채집문화가 성한 곳이었지만 3천 년 전 서아프리카의 반투족이 대거 이동해오면서 농경사회로 바뀐 것이라고 한다. 반투족은 물길을 따라 숲과 초원지대로 퍼져나가 다양한 문화를 이루어 콩고강 유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늘 잔잔한 한강만 보다가 이곳의 강을 보니 물살도 세고 곳곳에 하얀 물보라가 이는 모습이 시원스럽기도 하고 거칠게도 느껴진다.

 

도용복.jpg

 [2017519일 제8815면]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