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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용/뮤지컬

“뮤지컬 산복도로” 서민의 삶과 애환 따뜻하게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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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들에게는 지긋지긋한 삶의 터전이었다. 팔을 뻗으면 구름이 잡힐 듯한 가파른 산허리를 질러 둥지를 튼 곳, 다닥다닥 붙어 이웃집 숨소리마저 곁에서 들리는 듯한 산복도로. 언젠가부터 느림의 미학이라는 철학이 골목골목 새어들면서 르네상스란 문화의 옷을 입고 변신하고 있다.
 
더 이상 궁상맞은 동네가 아니라 뭔가 색다른, 복잡하고 골치 아픈 도심과는 차별화된 삶의 여유마저 느껴지게 하는 곳. 계단식으로 자리잡은 나지막한 주택에 색색의 옷을 입힌 후 주목을 받기 시작한 산복도로는 지형과 지역특성상 부산지역에서 유독 많이 볼 수 있는 길이다.
 
정책적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산복도로 마을은 이제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을 받을 정도이지만, 정작 그 속의 그들은 아직도 행복할까. 어쩌면 번쩍이는 도심의 휘황찬란한 거리와 비쭉삐쭉 솟은 금싸라기 땅의 최신 고층아파트를 동경할 지도 모른다.
 
색다른 일회성 경험을 즐기는 제 3자만 흥미로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뮤지컬 산복도로는 부산의 지역적 특성을 살아있는 문화콘텐츠로 부활시켜 이전의 고정관념들을 훌훌 털어버리게 한다.
 
서민의 삶과 애환을 따뜻하게 그려냄으로써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오히려 이웃간 소통과 정을 나누며 옹기종기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본향과도 같은 그리움이 스물스물 가슴을 파고들게 한다.
 
그래서 공감한다. 부정적인 눈으로만 떠올렸던 어둡고 그늘진 산복도로를 지워버리게 하고 밝고 온기가 느껴지는 다정다감한 산복도로를 상기시킨다.뮤지컬 산복도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은 물론 문화도시부산을 한걸음 앞당기는 역할외에도 부산의 스토리텔링화한 문화콘텐츠도 충분히 문화산업과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스타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산복도로 뮤지컬은 부산시 청년문화위원회 리앤컬쳐(주) 이동휘 대표가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지역문화예술 부흥에 힘써온 동서대의 적극적 지원과 역할, 뮤지컬학과 오세준 교수 등과같은 연출가들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부산시가 청년문화 활성화차원에서 과거 전무했던 청년문화위 신설을 통해 기획의 단초를 마련했던 영향이 시발이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서대 센텀캠퍼스 소향씨어터 5층 실험극장에서 선보인 뮤지컬 산복도로는 누구에게나 행복하기만 한 동심을 자극하고 그 시절의 추억과 부산을 돌아보게 하는 향토뮤지컬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9살 동찬이는 IMF경제위기로 사업에 실패한 홀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의 옛 고향 부산의 한 산복도로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겪는 생활에피소드가 소재다.
 
동찬이는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고 함께 유년을 보내며 망태 할아버지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일자리를 찾아 경남 거제로 떠나는 아버지를 따라 동찬이는 골목을 떠나게 되고 이후 성인이되어 가장 힘들던 시기에 마음의 치유를 받았던 산복도로에서 성장기 옛 아이들이 재회한다.
 
소박한 세트장에는 간간이 영상스크린과 빛을 통해 변화를 주는데 학생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연기력이 돋보이는 배우들도 이 작품을 살리고 있다. 눈이 내리는 가파른 산복도로에서 대야를 타고 펼치는 경주 등 술래잡기, 고물을 줍는 망태할아버지 이야기 등 그 시절 누구나 공감할 장면들은 미소를 자아낸다.
 
뮤지컬 산복도로는 음악도 잘 만들었다. 대사에 붙인 곡도 수준급. 소주한잔에 인생의 고달픔을 털어내자는 가사는 중독성이 있을 정도로 재미나고 경상도 사람들 특유의 정서가 묻어난다. 모쪼록 청년문화 및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시민사회가 관심을 갖고 풀뿌리공연문화인들에게 눈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유순희 기자
[2016년 1월25일 제7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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