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01일

인터뷰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가능한 특수교육 전문기관 설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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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째 제자리 걸음인 발달 장애아 교육의 진전과 장애아동복지를 위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체계적인 특수교육이 가능한 원 시스템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제대로 된 케어와 선진국형 교육을 통해 발달지체장애아들의 자립을 돕는 게 제 꿈입니다.”


김미희 부경대학교 국제학과 교수는 장애아들의 대모다. 글로벌 다문화와 특수교육학과 언어청각부문 복수 전공교수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김교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미혼의 몸으로 장애아들을 입양, 수십 년간 부모역할을 해온 김교수는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진정한 연구자이기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발달장애아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고교시절 봉사동아리를 통해 인연을 맺어온 발달지체아동시설인 한 고아원에서 아동케어 봉사를 하다가 장애아 특수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발달장애아동들을 접하면서 마치 제 사명처럼 느껴졌어요. 당시 돌 지난 자영이라는 아이가 팔이 빠져 축쳐저 우는데도 보모들이 전혀 모르고 있고 케어가 제대로 안되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죠. 그때 아, 이런 아이들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육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죠.”


지금도 별 진전이 없지만 당시만해도 국내사정은 특수교육에 무지하기 짝이 없었고, 교육체계는 더더구나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김교수는 자금을 마련,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관심을 갖고 전문서적과 자료를 뒤적이다가 러시아학자의 이름을 딴 비구츠키 교육이론에 매료, 미국행을결심했다는 김교수는 대학졸업 후 서면학원가에서 유명 수학강사로 짭짤하게 번 돈을 몽땅 유학경비로 썼다.


유학 후 91년 귀국, 92년부터 한국특수아동 치료교육연구소를 운영하다가 2008년부터 비구츠키 특수교육센터로 명칭을 변경하고, 특수교육에 매진했다.


소외된 아이들의 교육에 집중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자폐아 발달장애아들도 체계적인 교육으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도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 2001년부터는 아예 버려진 아이, 오갈 곳 없는 장애아동들을 거두어 입양해서 키웠다.


“부모마저 외면해 시설에 방치, 버려지다시피 한 아이들을 데려와 키웠죠. 7세쯤 된 발달지체장애아였는데 6개월여 입양해 키우고 있을 무렵, 친부가 찾아와 갖은 횡포를 일삼아 결국 파양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고.


이후부터 김교수는 입양이 아닌 아이가 성인이 되는 고등학교 과정까지만 키워주는 것으로 하고 장애복지센터등에서 SOS를 구할 때 마다 한시적 돌봄 형태로 발달 장애아들을 데려와키웠다.


지금까지 김교수를 거쳐 간 아이들은 20여명 정도. 이들 장애아동들은 대부분 김교수의 주거지 근처에 있던 장산초등학교에 많이 다녀 아이들 초등학교시절 아이들의 자존감 확립을 위해 학부모 어머니회장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김교수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멀리 대구에서까지 양육의뢰가 오는가 하면 시설에서 케어하기 힘든 장애아들은 모두 김교수의 품안으로 맡겨지다시피 했다.


안타까운 사례도 많았다. 무책임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상처가 더 큰 경우도 많았던 것. “부모들이 키우기 힘들다고 시설에 방치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시설에서는 발달단계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아니라 한 가지 틀을 가지고 쳇바퀴 돌듯하는 교수법으로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상태가 나아지던 아이들도 퇴보하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우리 특수교육의 현실이 정말 안타까웠어요.”


부모도 포기한 장애아들을 위해 더는 시설의 머릿 수만 채우는 돈벌이의 대상이 아니라 이제 국가가 적극나서 장애아들을 돌봐야 한다는 김교수는 장애아 문제는 장애아 개인과 가족의 일만이 아닌 국가의 케어와 돌봄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김교수는 현 장애아 복지시설도 감금이나 단순 수용소에 불과하고 제대로 된 전문 케어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매번 일반 아동복지정책 때문에 장애아동복지정책은 후선이 되거나 아예 지원이 끊겨 외면당하고 있다는 김교수는 “장애아동들도 얼마든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정책적으로 소외당하고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개탄한다.


덧붙여 김교수는 “자폐아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우리나라 특수교육이 잘못돼 있어 수박겉핥기식에 불과하고 계속해서 똑같은 수업만 되풀이하고 있는데 이제 특수 유치원을 시작으로 특수 초, 특수 중고등학교, 전문적인 대학설립에 이르기까지 핫라인 원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바우처 제도에도 폐단이 많다고. 허술한 시설과 수혜대상자들에 대한 관리로 인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구멍난 복지정책도 문제라고 지적하는 김교수는 기회가 된다면 제도권에 직접 들어가 정책입안에 참여하고 싶을 정도로 갑갑함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멘토 튜터링 장학회 발대식을 가질 계획이예요. 장애아이 대상 초등학교로 찾아가는 교육을 통해 재능기부 봉사자들을 육성하고 성적이 향상되는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주는 제도를 전국적 시스템으로 확장하고 싶습니다.”


오는 3월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는 김교수는 향후 여건이 된다면 폐교 등을 확보, 장애아동 특수교육전담 체계적인 원시스템 교육이 가능한 공간을 마련, 특수교육 전문대학을 설립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순희 기자

[2018223일 제9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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