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01일

인터뷰

“부산을 세계미술시장의 중심 만들고파”

 
 
허 숙 (사) 케이아트 국제교류협회 이사장

 한중일 국제미술교류를 활성화 시킨 화단의 작은거인, 허숙 K-ART국제교류협회 이사장.
투명한 미술시장을 통해 일반인들이 손쉽게 미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부산국제아트페어는 매년 봄가을 두차례 열린다.
 
 
 
 “미술발전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미술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우리나라 미술의 저변이 확대되고, 작가의 작품활동도 활발해질 것은 자명합니다. 부산국제아트페어전은 현대미술의 오늘과 내일을 조망할 수 있는 국내 대표적 미술시장입니다.”

 지난 12월초 KNN과 공동으로 부산 벡스코 컨벤션센터에서 ‘2009 부산국제아트페어 특별전’ 을 성황리에 개최한 허숙(57) 사단법인 케이아트 국제교류협회 이사장은 출범 3년에 불과한 부산 국제 아트페어전을 국내 여느 화랑제보다 많은 작품이 거래되고 있는 대표 미술시장으로 자리매김토록 한 중심 인물이다.

 허이사장은 지난 2007년 부산과 경남, 울산을 아우르는 동남권 지역을 아시아 미술시장의 새로운 중심으로 활성화시키자는 야심찬 포부로 부산 국제아트페어를 출범시킨 후, 매년 봄과 늦가을 등 두 차례 국제전시회를 열어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작가와 작품수 그리고 미술 애호가들의 참가 등 모든 면에서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산국제아트페어는 지난 2009특별전의 경우 총 500여명의 작가 2000 여점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불과 5~6일만에 절반의 작품이 거래되는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덕분에 부산은 국제행사를 잘 치르는 곳으로 통한다. 아무리 최고가의 작품이라도 억대를 넘지 않고, 외부에서 수억대에 거래되는 작품도 이곳에서는 5~6천 만원이면 족하다.

 비영리법인으로 등록, 철저히 영수처리함으로써 금액을 투명하게 노출하고 작가는 더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기위해 끈임없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긍정적 순환이 이어지는데 힘썼다.

 심지어 부산국제아트페어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화가로서 성공하고자 하는 많은 미술인들이 참가를 희망하지만, 엄선을 통해 참가기회가 주어질 정도로 부산국제아트페어는 전국에서 제일 주목받는 전시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화랑의 아트페어는 부를 가진 자가 더 부를 가지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미술시장을 통해 작가들의 작품활동과 거래를 활성화하고 더불어 미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참여과 관심을 확대하고 싶었다.”

 매번 색다른 전시기획으로 국제적 관심을 환기 시켜온 허이사장은 특히 이번 2009특별전의 경우 젊은 작가의 실험성 짙은 작품과 한국화단의 원로 작가의 원숙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느낄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었다고 밝혔다.

 허이사장이 부산국제아트페어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이 화가로서 수 십여년 활동, 누구보다 미술시장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국제아트페어가 끝나자마자 다음 전시를 위해 전국각지를 비롯 세계와 소통해 온 허이사장은 한 해 7만여 킬로미터를 운행할 정도로 발로 뛰며 좋은 작품을 물색, 수차례 눈으로 확인 후 엄선한 작가들을 아트페어에 참가토록 한 열정을 보였다. 부산국제아트페어의 성공은 허이사장의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간혹 일각에서는‘ 작품’이나 작가의 미래에 대한 안목보다 ‘이름 난’ 작가가 얼마나 참여했는가에 주목하기도 하지만, 허이사장은 미래 재테크의 가치도 있으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전도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때때로 지역 미술계에서 도저히 섭외가 불가능할 것 같은 세계 화단의 거목들을 손쉽게 유치하고, 종횡무진 국제미술시장의 교류를 주도해오기도 한다.
 
 그것이 허이사장만의 능력이자 매력이기도 하다. 부산국제아트페어를 손색없는 국제미술교류시장으로 발전시킨 미술계의 작은 거인, 허숙 이사장은 부산보다 서울에서, 서울보다 일본 중국 등 국제사회에서 더 인정받고 있는 화단의 여걸로 통한다. 정작 지역에서는 외면하고 배척하는 분위기이지만 연연해하지 않는다.

 “부산국제아트페어는 작가와 미술 애호가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열린 미술 큰 장터입니다. 거품을 뺀 투명한 미술시장을 만들어 누구나 손쉽게 미술을 접하고 사랑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고 싶었죠.” 허 이사장의 이러한 투명한 시도는 지역 화랑가에서 작품가를 두고 장난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었지만, 정작 그들에게는 상도를 어기는 몹쓸 짓을 한 장본인으로 외면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소위 잘나가는 그의 독보적 행보도 경계의 대상이 되어왔을 터. 허이사장은 지난 2000년부터 동북 아시아전을 개최, 미술시장 국제교류의 물꼬를 텄고, 이후 아시아오픈 아트페어로 확대, 한국 중국 일본의 작가와 작품 교류 산파역할을 해왔다.
 
 지난 1991년 국제고려학가 주관한 남북코리아전에는 부산에서 유일한 참가 화가이면서 동시에 우리나라 참가자 25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기도 해 주목을 받았다.
 
 중국과 수교가 원활하지 못했던 1989년 홍콩을 통해 중국에 입국, 천진대학 초대로 이루어진‘ 세계수채화대전 ’참가를 인연으로 남북코리아전에 초대받게 되었다는 허이사장은 그러나 이후 김일성으로부터 받은 한통의 감사 편지가 화근이 돼 고초를 겪기도 했다.
 
 허이사장은 미래 미술사를 만들어 갈 청소년들을 위해 지금까지 10여년째 청소년 미술국제교류사업도 활발히 진행해 오고 있다. ‘부산국제중고등학교 미술공모전’ 에서 입상한 한국, 일본, 중국의 중고교생들이 상호국을 교류방문 하는데 앞장서오기도.
 
 “미술교육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큰 손실이다. 미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희박해지고 있는 것도 미술교사들의 책임이 크다”는 그는 제도권 미술교육이 설자리를 점점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국제간 행사는 신뢰없이는 절대 수십 년 교류를 이어갈 수 없어 약속하나 만큼은 철칙으로 해온 덕분에 국제미술계에서 신망을 얻은 것 같다.” 는 허이사장. 오는 5월 열릴 2010부산 아트페어 준비로 벌써부터 분주한 그는 “이제 화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림에 몰두하는 여유도 가져보고 싶다” 며 올해부터는 근 2년여간 손을 놓았던 붓을 다시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순희 편집국장
[2010년 1월 13일 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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