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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멋집

탁트인 유리벽 바다의 소나무 풍경이 한폭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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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몽마르트르라 불리는 아름다운 달맞이길. 푸른 바다와 동백나무, 소나무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절경을 즐기려는 이들로 부산의 명소가 된지 이미 오래다. 달맞이길 언덕을 따라 늘어선 카페와 레스토랑은 해운대바다의 정취를 여유롭게 즐기려는 이들에게 그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는 곳. 몇 번을 봐도 또다시 가보고싶은 아름다운 달맞이길 바로 이곳에서 숨은 보석과 같은 레스토랑을 만났다./ 유시윤 기자
 
 
달맞이언덕길에 지난 4월 개관한 해운아트갤러리(베스타 온천 옆)의 2층은 레스토랑이다. 외부와 내부 어디에도 이곳이 레스토랑임을 알리는 간판은 없다. 때문에 아는 사람만이 이집만의 아름다움과 맛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여느 식당의 여닫이문이나 자동문과는 달리 이집의 출입구는 수동미닫이다. 별것도 아닌 출입문부터 설명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습관적으로 문을 밀고 당겨도 꿈쩍 않는 출입문 앞에서 짧은 순간이지만 당황했기 때문. 낯선 곳에서 맞닥뜨린 문과 씨름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 주고픈 친절한 안내라고 해두자.

그리 넓지도 그렇다고 그리 좁지도 않는 실내로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넓은 창이 벽을 대신하고 있다. 그 창을 앞으로 두고 아주 긴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다. 특이하다. 공간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창앞으로만 테이블을 하나 두고 다른 공간은 여백으로 두었다. 손님 수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돈벌이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주인장의 속내가 엿보이는 인테리어다.
 
12. 테이블과 창문.JPG
 
 
자리에 앉으니 넓은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이 그야말로 비경이다. 탁 트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저 멀리 오륙도와 이기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가까이에는 소나무들의 파릇함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가슴까지 시원해지며 절로 탄성이 나오고야마는 절경이다. 더 이상의 실내 장식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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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 주인도 그 걸 아는 듯 깨끗한 화이트벽면에 액자하나 걸지 않았다. 대신 음식을 담을 식기류를 진열한 진열장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요리의 재료가 되는 것들이 담긴 유리병, 화덕의 연료가 돼 줄 장작이 실내장식이라면 장식이다. 그럼에도 이집은 아름답다.

 
음식 또한 칭찬이 아깝지 않다. 풍경으로 이미 눈이 한번 호강하고 아름다운 식기류에 담긴 음식의 비주얼에 또 한 번 눈이 호사롭다.

먼저 상큼한 맛으로 식욕을 돋워주는 자몽과 와일드루콜라라는 채소가 들어간 샐러드, 유기농 토마토와 모짜렐라치즈 등이 들어간 샐러드 두 종류를 맛봤다.

새콤하고 상큼한 샐러드 맛을 떠올리니 입안에 군침이 돈다. 담백하고 쫄깃한 치즈와 레드, 그린, 옐로우의 세 가지 컬러로 식욕을 자극하는 토마토가 곁들여진 샐러드 접시를 모두 깨끗하게 바닥냈다.
 
이어 이날의 메인 메뉴인 안심요리와 닭가슴살 요리, 파스타로 본격적인 요리맛을 감상했다. 부드러운 안심요리는 1++한우 중에서도 1%안에 드는 것만을 사용해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로스팅 했단다. 마늘에 살짝 볶은 그린빈의 초록과 그릴한 살구의 색감이 조화롭다. 안심은 흔한 말로 입안에서 살살 녹아 고소한 맛을 내고, 부드러운 한우안심과 아삭한 그린빈의 식감이 대조적이면서도 궁합이 좋다.
 
오븐에 구은 닭가슴살요리는 미리 간을 한 우엉에 참깨를 버무린 참깨우엉드레싱이 곁들여졌다. 겉과 속의 간의 농도가 일정하고 부드러운 닭가슴살, 고소한맛에 자꾸만 손이 간다. 거기에 자몽과 와일드루콜라도 입맛과 시각을 자극한다. 스페인산 매운 살라미가 들어간 Penne 파스타 또한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이 파스타를 위한 토마토는 특별히 이탈리아남부에서 공수해 온다고 주인장은 설명한다.
 
이날 맛본 모든 메뉴가 전부 ‘맛있다!’. 더한 표현도 많겠지만 정말 맛있고 신선하다. 또한 뒷맛이 깔끔하며 소화기관에 부담이 없다. 무엇이 들어갔는지가 궁금하다. 물어보니 주재료 외에 쓰이는 것은 허브와 마늘, ‘좋은’ 올리브유와 ‘좋은’ 식초, ‘좋은’ 소금이 전부란다. 설탕은 아예 사용하지 않으며, 신선한 재료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고.
 
시각적 아름다움, 식감의 조화, 맛의 조화까지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않거나 아쉬운 게 없다. 추천이 망설여지지 않는 음식점이다. 매일 달라지는 메뉴지만 샐러드 가격은 14,000~18,000원 수준, 메인요리는 2~3만원대 선이다. 저녁식사는 코스 요리로 제공되며, 와인을 제외한 디너가격은 7~15만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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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오픈키친이다. 대부분의 오픈키친 음식점이 주방의 일부만을 오픈한데에 비해 이곳은 주방 전체가 오픈된 모습이다. 주방과 식당을 뚜렷이 구분하지 않았으며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모든 손님들이 직접 볼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또 한가지 특이한 것은 가까이에서 조리를 함에도 음식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비밀은 아마 주방 환기시스템에 있는듯.

주방을 분주히 오가는 한사람. 바로 이집 주인이자 셰프다. 오픈 주방구조에 자신감 넘치는 움직임과 정성이 가득 담긴 모습으로 요리하는 주인장은 레스토랑‘차경’의 조 마리아 대표(36). 그녀가 궁금하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는 그를 붙잡고 궁금증을 해소해 본다.
 
저 레스토랑의 이름을 물었다. ‘차경(借景)’이 이곳 이름이란다. “경치를 빌린다는 뜻의 차경은 창과 문을 풍경을 담은 액자로 보는 한옥건축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이라 설명하며 에피소드를 덧붙인다. 말 그대로 자연에서 빌린 풍경이란 뜻이지만 언뜻 이름만 듣고 어떤이들은 중국집이냐고 되묻는단다.
 
차경, 듣고보니 이곳과 어울리는 이름이다. 넓은 창으로 된 액자에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다와 하늘, 나무가 있고, 이따금 바다 위를 오가는 배와 새, 바람이 다녀가며 다이나믹한 풍경작용을 일으켜, 항상 같으면서도 다른 자연의 풍경을 펼쳐놓는다.
 
‘차경’의 주인, 그녀가 요리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녀의 전공은 뜻밖에도 전자공학이다. 고교시절을 아일랜드에서 보내면서 그곳에서 부모님처럼 지낸 분들로 인해 슬로푸드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직접 키우고 자란 재료들이 음식이 되어 오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라면서 자연스레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이후 요리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은 그녀를 프랑스로 떠나게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회의를 느끼게 됐다고.
 
“테크닉에 비해 성의가 없다고 해야 하나, 아일랜드에서 생명이 있는 요리재료를 취급할때와 사뭇 다른 재료에 대한 태도라든지, 음식이 되기 위한 집단사육과정은 더 이상 아일랜드에서 알았던 ‘행복한 고기’가 아니었어요. 그들에게 있어 모든 과정은 ‘맛있는 상태’에만 초점이 맞혀진 듯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 했어요”
그녀가 관심있는 건 음식이라는 결과물만이 아니었다.
아일랜드에선 직접 소젖을 짜고 치즈를 만들었고, 보르도에서 와인을 공부할 때는 농장에서 모든 생산과정에 동참하며 식재료가 돼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녀에게 요리는 직접 키우고 지켜보며 자란 후 손질하는 과정이 모두 포함된다. 재료를 아는 것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후 이탈리아와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 이래저래 요리경력만 10년인 그녀에게 특별한 경력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로마에 있는 ‘아메리카 아카데미’에서의 경력이다. 아메리카 아카데미는 미국의 아티스트를 위한 아카데미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 바로 그곳에서 전 세계 4명만을 뽑는 기회에 그녀가 선택된 것이다.

그곳에선 요리사도 아티스트다. 농사도 직접 지을 뿐만 아니라 담당요리에 대해선 재료손질의 첫 과정부터 전 과정을 한사람이 책임진다. 이러한 실력자가 달맞이언덕에 레스토랑을 오픈했다는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차경’의 메뉴는 유전자 조작이 없고 가장 자연에 가까운 재료로서 이태리 식재료를 바탕으로 프랑스요리의 테크닉이 접목된 요리가 많다. 요리를 하는 아티스트로서 당연히 자신의 창작요리도 메뉴를 차지한다.
 
같은 요리의 반복은 ‘재미없다’고 말하는 그녀는 계절과 그날의 신선한 재료에 따라 메뉴를 바꾸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한다. 아직도 공부하고 배우는 입장이라는 그녀에게 요리는 마냥 즐겁고 사랑스런 대상이다.
 
요리를 함에 있어 그녀는 “어떻게 하면 ‘잘 쓸까’ ”를 늘 생각한다. 잘 쓰고 돌려주는 것을 늘 염두에 두며, 손질하고 남은 야채나 재료의 모든 것을 스톡(육수)으로 활용한다.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단다. 물론 모든 접시를 말끔히 비워주는 손님들도 한몫을 한다고.
 
요리하는 사람이 편하고 즐거워야 먹는 사람도 즐겁다는 그녀는 주방도 철저하게 자신에게 맞췄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특별한 주방시설 뿐만 아니라 하다못해 수도꼭지 개수까지 자신에게 맞춘 것. 더욱 놀라운 것은 레스토랑 전체 수도에서 나오는 물이 철저하게 정수과정을 거친 물이라는 것이다. 재료를 씻고 버리고 설거지하는 물조차 정수된 물을 사용하니 ‘차경’에서의 음식은 신뢰할 수가 있는 것이다.
 
‘차경’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건 단순히 돈을 지불하고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특별한 곳에 귀한 손님으로 초대받는 느낌이다. 벽면에 진열된 아름다운 식기류만 해도 그렇다. 오랜 시간을 두고 세계 각지에서 모은 귀하고 값진 식기류라 장식용인 줄만 알았던 그것. 
 
아주 특별한 손님에게나 내놓아야 마땅할 소중하고 귀한 그릇에 자신이 직접 마련한 재료로 정성스레 직접 요리한 음식을 내어 놓는다. 과연 어느 집에서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겠는가. 이곳을 찾아올 땐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음미”하기를 차경의 주인장은 바란다.
 
차경의 오픈시간은 12~3시,디너타임은 6~10시다. 일요일 11~3시는 브런치 타임이다. 최소
한 하루 전 예약은 필수이며, 예약 전용 전화 051-756-5566으로 예약할 수 있다.
 
<자몽과 와일드루콜라가 들어간 상큼한 맛의 샐러드>
1. 자몽, 와일드루콜라 샐러드.JPG

 
<유기농 컬러토마토와 모짜렐라가 들어간 Fresh 바질 샐러드>
2.유기농 컬러토마토, 모짜렐라, 프레쉬 바질 샐러드.JPG

 
<오븐에 구운 1++한우 안심과 마늘에 살짝 볶은 그린빈 위에 그릴한 살구가 곁들여져있다.>
3. 한우안심요리.JPG
 

<오븐에 구운 닭가슴살, 참깨우엉드레싱과 자몽, 와일드루콜라가 곁들여져 진다.>
4. 닭가슴살 요리.JPG
 

<Pasta -스페인산 Chorizo(매운 살라미)가 들어간 Penne 파스타, 남부 이태리에서 직접 수입한 토마토를 사용한다.>
5. Pasta Al Pomodora 토마토소스 스파게티.JPG
 

유시윤 기자
[2014년 6월 20일 제53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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