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17일

맛집/멋집

커피와 사기가 제대로 만나다...

명명백백한 김공주의 내 맘대로, 내 멋대로②
 
비바람 몰아치는 날
끝간데 없을 것 같은 해안길
호젓한 밤길을 달려 만난
기장 칠암 알라딘 카페
사방이 사기도자로 병풍을 이루고
도공의 혼이 깃든 항아리는
칸칸이 자태가 곱다.
그윽한 커피에 클래식 공연까지
문화의 향기가 물씬한
알라딘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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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받은 지인의 전화. 멋진 곳에서 저녁과 커피를 마시러가자는 솔깃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따라나섰다.(솔직히 필자가 운전을 해서 갔으니 따라갔다기 보다는 모시고 간 거였네) 비바람치는 밤 운전이란... 마이너스의 눈을 가진 필자에게는 힘들었지만 해운대에서 부산울산 고속도로 타고 내렸다가니 20분이면 금방 도착했다.
 
어두운 밤을 밝히는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그 곳은 카페 ‘알라딘’. 반갑게 맞이하는 주인장분은 뒤로 꽁지머리 질끈 묶으시고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시는 이명우 대표. 그런데 카페에 들어서고 보니, 이런! 이건 카페라기보다는 무슨 박물관 같다. 어린 시절에나 봤던 진기한 물건들이 한가득이다. 채널로 돌리던 흑백텔레비전부터 시골할머니집에서 베던 네모난 베개, 한여름 동네 구멍가게에서 시원하게 갈아주던 빙수기계, 요강, 온갖 모양의 재떨이, 괘종시계, 술통, 그리고 그 많은 LP판들...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하다.
 
신기해서 어린애마냥 여기저기 둘러보고 물어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물론 그런 물건들을 다 기억한다는 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라 조금은 서글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모님과 함께 가면 옛 추억을 생각하며 감회에 젖을 듯하다. 필자 역시도 베개를 보고 오래전 돌아가셔서 잊고 살았던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곳의 숨은 보물은 따로 있다. 특히나 여성들이 눈여겨볼 만한데, 엄청난 사기그릇들이 전시되어있다는 것. 만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사기그릇들이 진열되어있는데 그저 감탄사만....
양산 근처에서 유명한 채식식당인 ‘잎새마당’을 운영하면서 사기그릇에 관심을 가지고 수집하게 됐다는 이대표는 사기그릇에서 우리의 근대사를 읽는다. 1900년대 이후부터 나온 사기그릇은 거의 다 모았다는데 그 가치만 해도 엄청나단다.
 
지금도 흔하디 흔한 사기그릇이 무슨 그 가치가 대단할까 싶지만, 공장에서 찍어 나온 것이 아니라 수공으로 그린 그림들이 있는 사기그릇이라 그 가치가 크다고. 조선 백자보다 더 가치가 높다니 놀랄 노자다.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온 유명화가들이 손수 그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국에서 유일한 곳이다. 크기도 여러 가지고 그림도 각양각색이고 종류도 정말 많다.
 
특히 영도에 있던 대한도기에서 나온 그릇들이 얼마 있지도 않고 가치가 대단하단다. 영도다리가 대한도기 공장 때문에 생겨났다는 당시의 소소한 얘기도 곁들인다. 개인이 관리하기가 이제 버거워서 지자체에서 관리를 해줬으면 하는데, 아직관공서 인식이 이에 못 따라준다고 안타까워한다. 만약 지자체에서 사기그릇 박물관을 만들어준다면 이대표가 관리를 맡고 싶다고.
하지만 이곳을 사기그릇 박물관으로만봐서는 절대 금물. 명색이 커피 볶는 집이다. 커피 박물관이기도 하다. 가게 입구에서부터 100년 전 미국에서 제작된 현존 최대 크기의 그라인더가 눈길을 끈다. 한세기 전 프랑스에서 쓰던 태엽 로스팅기를 비롯해 커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골동품 300여 점이 온 벽면을 채우고있다.
 
 
각양각색 사기·도자 수천여점 사기박물관 방불

음악과 커피, 음식과 공연, 문화가 있는 이바구터


200년 된 독일 숯불직화 로스팅기가 현역선수로 알라딘에서 뛰고 있다는 소문인데,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커피를구워내는 장면도 구경하고 진한 커피향도 맡고 맛있는 커피까지 마실 수 있으니 이석삼조. 드립커피가 유명하니 꼭 마셔보시길. 여름에는 커피빙수도 추천 메뉴. 가격은 5천원~7천원 사이. 이대표 부부가 직접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커피 맛을한번 본다면 중독될지도 모르니 조심하시길.
 
문화를 사랑하는 주인장이다 보니 한번씩 이곳에서 클래식 공연도 열린다. 운좋으면 커피에 좋은 클래식공연까지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니 명불허전이다. 이리저리 둘러보면 배가 슬슬 고파지는데, 마침 근처 맛있는 밥집이 있다고 이대표가 이끈다. 굳이 비바람을 헤치고 찾아간 곳은 일광 바닷가 쪽 한글라스공장 근처 ‘갯마을’이라는 작은 밥집.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모녀가 운영하고 있는데 20명 앉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정말 작은 밥집이다. 바닷가라 직접 잡은 일품 자연산회를 맛볼수 있는 곳이라는데, 이 날은 비바람이 부는 관계로 회 다음으로 맛나다는 생선구이를 시켰다. 푸짐한 반찬들과 도다리생선이 보기좋게 나오고 특히 이대표는 미역국도 너무 맛있다고 추천한다.
 
역시나 생선구이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미역국도 시원(?)하다. 생선구이가 이 정도인데 자연산 회는 더 맛있겠지 싶어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마침 손녀 생일이라며 케익 한조각을 내미는 정다운 인심과 더불어 술한잔 걸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비바람 치던 밤이 떠들썩하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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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커피는 밥 다음에... 갯마을에서 푸짐한 상을 받은 후 알라딘에서 커피를마시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조합이다. 거리도 차로 5분 정도니 멀지 않고. 알라딘은 기장 칠암에 자리 잡고 있는곳이라지만 일광 바닷가쪽이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솔직히 비바람치는 밤에 지인의 안내로 간 길이라서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우리에게는 네비게이션이 있지 않은가? 없다고? 그렇다면 전화해서 상세히 길을 물어보는 수밖에. 부산 기장군 일광면 칠암리 62-5. 051-728-5695. 앗, ‘갯마을’을 알고 싶다고? 알라딘 가셔서 주인장께 여쭤보시길~. 아, 알라딘에는 더치커피도 판매한다. 필자는 ‘온두라스’라고 되어있고 날짜가 적혀있는 더치커피를 받았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온두라스 더치커피와 함께다. 너무 맛있어서 더치커피 사러라도 다시 가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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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라 기자
[2014 7 25일 제5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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