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6일

레저/여행

섬과 섬 사이로 뜨고지는 일몰과 일출 장관

18-1-2 코론의 석양-1.JPG 18-2 깔롬보얀비치.JPG


지난 4월 주한 필리핀대사관 초청으로 클락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한 필리핀 문화탐방과 최근 휴양지로 주목받는 코론의 숨은 매력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필리핀은 수도 마닐라와 환경복원을 이유로 6개월간 폐쇄를 결정한 보라카이 그리고 세부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곳이며 다양한 열대 과일을 수입하는 나라이다.


뿐만 아니라 지리적, 경제적 이유로 조기유학과 어학연수로 각광 받는 곳이기도하다. 이번 여행은 라울 헤르난데스 주한필리핀대사 부부와 약 20여명의 일행이 함께 했다. 인천공항에서 늦은 밤 필리핀 클락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코론으로 가기 위해서는 클락에서 국내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클락은 많은 골프장들이 있어 골프 여행객들에게 필리핀 여행의 성지이다. 공식 행사 일정으로 방문한 것이라 공항과 시내를 이동할 때 경찰차의 호위를 받는다는 게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18-3 까양안 호수 가는길 전망대.JPG 18-10 까양안호수 근처 움막에서 살고 있는 현지인.JPG

다음날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코론 부수앙가 공항에 도착해보니 작은 공항이라 활주로에 내려 걸어서 청사로 이동하면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수화물을 내려서 청사내로 가져와 주인을 확인하고 건네주기에 탑승수속 때 받는 수화물표를 잘 보관 해야한다.


우리 힘으로 이 공항을 건설했다는 표식을 보고 어깨가 으쓱해졌다. 청사 옆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 우리 일행만을 위한깜짝 웰컴 파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시원한 음료와 다과를 즐기며 4명의 남성들이 각기 다른 북으로 연주하는 공연을 보니 흥에 겨워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연신 사진도 찍다보니 비행의 피로함을 모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는 중에 본 모습은 우리의 옛 시골 마을이었다. 아직 휴양지로서 개발이 덜 되어서인지 여기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 그대로를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가 머물 투시즌 코론 베이사이드 호텔을 도착했을 때 석양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모습으로 우릴 반겼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풀장에서는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저물어가는 태양을 감상하며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호텔 내부는 마치 바다속을 옮겨 놓은 것처럼 천장엔 다양한 색을 빛내는 해파리 모양 장식들과 벽에는 조개껍질로 꾸며 놓았고 산호석이 즐비하여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선착장이 연결되어 있어 투숙객들은 보트를 이용할 수 있다.


저녁에는 이곳 시장님이 주최하는 만찬행사가 진행되었다. 필리핀은 6.25 전쟁 때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달려와 준 나라로 강연을 다닐 때 마다 널리 알리려 노력한다. 늘 감사함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슴 한 켠에 있다. 그때의 도움으로 지금의 눈부신 발전이 가능 했다고 생각하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모든 UN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은 갚아야할 큰 빚이다.


이 곳은 여타 동남아 휴양지에 비해 덜 알려져 있고 인프라 역시 잘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없겠지만 가지고 있는 천혜 환경이 너무도 수려하여 시간문제로만 보였다. 더불어 행정당국의 의지가 확고하여 보라카이가 잠시 관광객을 받지 않는 지금 이 휴양지로서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수 있을 것 같다.


만찬행사에는 필리핀 민속 춤과 노래 등 다양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행사가 끝나고 시간이 늦었지만 근처 동네 구경을 나가려니 일행 중 몇 명이 따라 나선다. 길이 익숙하지 않고 안전상의 이유로 대사님이 가이드 겸 경찰 두 명을 동행시킨다.


발길 가는 곳으로, 맛있는 냄새나는 곳으로, 흥겨운 소리 나는 곳으로 마치 이곳 주민처럼 돌아다니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광경들을 많이 보게 된다. 동네 귀퉁이의 조그마한 슈퍼에서 애를 업고 장사하는 젊은 엄마부터, 무더운 열대야를 버티려 러닝셔츠만 걸치고 집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아버지들, 검붉은 숯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꼬치구이를 열심히 굽고 있는 젊은 친구. 어쩌면 이토록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던가. 지난 26년간 171개국을 여행하며 나는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고, 부모님을 만나고, 내 어릴 적 동무를 만나고 다녔다.


흥겨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보니 긴 탁자에 빙 둘러 앉아 순서대로 한 곡씩 노래를 부르는데 그 솜씨가 너무나 탁월하여 연신 ‘브라보’를 외쳤다. 노래방 문화가 발달한 우리의 잣대로보아도 프로 수준이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여러 이유로 밤늦게 다니거나, 혼자 다니는 것을 제지당하는 경우를 흔히 겪게 되지만,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낮보다 밤이, 여럿이서 보다는 혼자 다닐 때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됨을 잘 알고 있다.


모른다고 머뭇거리고 위험하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엔 볼 것이 너무 많다. 다음 날은 코론을 대표하는 까양안 호수로 출발한다. 코론섬 안쪽에 위치한 까양 안에 도착하면 우선 호수가 없을 것 같은곳에서 만나게 되는 신비로움과 가파른 산책로를 따라 언덕 중간까지 올라 바라보게 되는 절경에 두 번 놀라게 된다.


18-7 부수앙가 공항 도착시 전통탈을 쓰고 기념촬영.JPG 18-8 호핑투어중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관광객.JPG

그 곳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으면 한 장의 멋진 엽서가 된다.언덕을 넘어가면 드디어 평화로운 호수를 만나게 되고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마닐라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짧은 영어와 능수능란한 몸짓을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간다. 필리핀 민속노래를 요청하니 소리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


근처에는 이 곳에서 관광객들을 상대하며 사는 사람들의 움막들이 있었고 허락을 받고 내부를 보니 세간은 아주 간소하고 위성 안테나를 설치하여 TV를 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코론 섬은 맹그로브 숲으로 덮인 50여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석회암의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져 그 광경이 너무나 수려하다.


방카를 타고 기암괴석을 통과하면 트윈 라군을 만난다. 상층부는 민물 중층은 바닷물이 흐르고 하층부로 내려가면 뜨거운 바닷물로 이루어진 곳이다. 바다속에 들어가면 아지랑이처럼 그 경계선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마음 같아선 뛰어들고 싶었다.


또한 이 곳에는 다른 동남아 관광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해수온천’이 있다. 천연온천물을 가두어 만든 마키닛에서 온천욕을 즐기며 산미구엘 맥주 한잔을 마시는 즐거움도 있는 곳이다. 점심은 바놀 비치에서 다양한 해산물과 바비큐로 배불리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늘 오지만 다니던 나에게 새로운 세상인 것이다.


동남아 관광지 대부분은 열대어와 산호초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스노클링과 호핑투어를 할 수 있다. 물안경과스노클, 오리발만 있으면 바닷속 세상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이고 낚시줄만 드리우면 열대어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코론은 다른 곳과 비교하여 관광객의 발길이 적어서 인지 산호초 보존의 정도가 매우 높아아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형형색색의 자연이 빚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마키닛 온천을 즐기는 주한 필리핀 대사.JPG 18-14 산악자동차 체험.JPG


타피야스 전망대에 오르면 코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약 700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그곳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을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꼭 가보아야 할 곳이다. 특히 일몰과 일출은 더욱 장관을 이루는데 섬과 섬 사이로 뜨고 지는 해가 왠지 익숙해 보인다.


80%이상이 카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성당이다. 코론성당은 유럽과 비교하여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감가는 모습이다. 필리핀이라는 국명은 스페인 지배하에 있을 때 당시 필립 국왕을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300년 넘게 스페인의 통치를 받았던 나라지만 중남미의 스페인 식민지였던 나라들처럼 스페인어를 현재 사용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지리상으로 먼 거리에 위치하여 직접적 지배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7천 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서국가인 필리핀을 변변한 교통수단 없던 시절에 효과적으로 자국의 문화를 옮겨 놓는다는 것이 어려웠으리라 짐작해 본다.


재밌는 것은 필리핀 맥주로 알려진 산미구엘은 원래 스페인 소유의 회사로 식민지 배때 생산거점을 필리핀으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두 나라를 역사적으로 지금까지잇고 있는 것은 맥주일지도 모른다. 이번 코론투어는 그동안 가졌던 동남아 휴양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수려한 자연경관은 차별화되면서도 독특한 곳이 많아 휴양지라고 하기엔 너무나 볼거리가 많았다.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코론시티투어 역시 현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투어를 정성껏 준비한 라울 헤르난데스 주한 필리핀 대사와 안상욱 총영사 및 대사관 직원들에게 다시한번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카메라를 둘러메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76세 청년’이 불편하였을 법도 한데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준 동행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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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25일 제1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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