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6일

레저/여행

불교의 향기가 곳곳에 스며있는 행복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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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과 부탄 수교 30주년이다. 이를 기념하여 한국 관광객들에게만 특별 프로모션을 준비하여 홍보차 내한한 부탄 관광청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고, 정식으로 초청을 받아 갑작스럽게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대구 TBC방송국과 부탄을 더 널리 알리기로 기획하고 카메라 감독 한 분이 이번 여행에 동행하게 됐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5-7일 정도의 코스로 계획하지만 우리는 부탄 곳곳을 더 많이 탐험하기 위해 2주정도 일정을 짰다. 일반 관광객이 더 긴 시간 여행하기 부담스러운 이유 중에 하나가 국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징수하는 체류비 때문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방콕을 거쳐 부탄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택하고 짐을 꾸렸다. 늘 그러하듯이 내 짐은 내 여행의 떨림만큼 가벼웠다. 삶의 무게를 벗으려 떠나는 여행길에 짐의 무게를 감당하겠다는건 웬말인가.

방콕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자정이 다가올 무렵이라 시내 나가기를 포기하고 공항내에서 이른 아침 타는 부탄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이번 여행에는 과분하게도 비즈니스 클래스 티켓이 주어졌다.

2불로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을 수없이 본 나로서 늘 싼 표만 찾아 여행을 하다 초청받아 가는 길이라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린다. 인도의 카트만두에 잠시 들렸다 다시 부탄의 유일한 국제공항이 있는 파로로 향한다. 히말라야 명봉들이 구름위로 솟아오른 모습은 마치 공룡의 등이 드러난듯 그 기세가 힘차다.

 

1.방콕에서부탄가는비행기에탑승.JPG6.파로공항에도착하여비행기에서내리는모습.JPG

 

곧 비행기는 하강하기 시작했고 밑을 내려다 봤을때 그저 깊고 깊은 산들만 보였다. 어디로 내린다는 말인가. 협곡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듯 하던 찰나 비행기의 활강이 시작되었다. 왜 부탄 여행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첫째로 이 경험을 말해줄 것이다. 전 세계 파로국제공항에 착륙할 수 있는 파일럿이 8명뿐이라는 이유를 알겠다.

부탄의 첫 느낌은 청명함 그 자체였다. 내가 갔을 때가 4월이었는데 우리의 가을 하늘보다 더 높고 맑은 날씨였다. 비행기에서 내려 걸어서 공항 청사로 이동하는 중에 모든 사람들은 서로 사진을 찍고 찍어주고 찍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찾을 짐보다도 한 참 뒤에야 나오게 됐다.

전통 스타일로 지어진 건물들도 이색적이었고 공항직원들 모두 전통 의상을 입고 일하는 모습도 신기했다. 청사를 나서니 자칭 이민호라는 통역이 고(Gho)를 입고 밝은 미소로 우리를 반기며 목에 환영을 의미하는 스카프를 걸어주었다. 파로의 다운타운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가볍게 시내 구경을 하였다.

시내라고 하기엔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 상점 외에는 크게 눈길 가는 곳이 없었고 관광 성수기가 아니라 길을 걷는 사람들의 수도 많지 않았다. 부탄에서는 신호등을 볼 수 없다. 여행내내 우리 차를 막아 세우는 것은 개와 소 그리고 야크무리였다. 특히 낮에 다니면 곳곳에 드러누워 자고 있는 개들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아무렇지 않게 길거리에 누워 잠을 청하고 밤에는 짖어대며 무리지어 다녔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가 향한 곳은 파로 종(Dzong)이다. 종은 행정관청과 사원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사원에 들어가기 전에 부탄 사람들은 그 직위에 맞는 색깔의 천으로 몸을 감싼다. 천의 색깔만 보아도 그 사람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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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에 들어갈땐 부탄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색깔의 천을 두른다. 

  

종 내부를 둘러보는 와중에 회의중간 잠시 차담회를 가지고 있는 고위 공무원들을 만나게 되어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를 했다. 국민 대부분이 불교를 믿는 이 곳은 모든 곳에서 종교가 스며들어 있고 정치적 지도자들과 종교적 지도자가 거의 동급의 힘을 가진 듯 했다. 우리가 부탄이라는 나라 앞에 꼭 붙이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어쩌면 이들이 가진 종교에서 오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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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 종의 다리


여행의 첫 번째 호텔은 고급스럽고 아늑하며 멋진 풍광을 가지고 있었다. 오지만 오지만을 탐험하며 원주민들과 생활하고 현지 가이드를 구해 다니는 나에게는 유창한 우리말을 자랑하는 통역과 가이드 그리고 운전기사가 딸린 차는 요즘 하는 말로 대박이었다.

부탄의 주수입원은 수력발전을 이용해 생산한 전기와 전 세계 여행자들을 통해 만들어진다. 년간 허용된 여행객의 수가 제한이 있다고는 하나 부탄이라는 나라가 아직 대중적이지 못하고 체류일수에 따라 내야하는 체류비가 다른 여행지와 비교해 비싸기 때문에 오려는 여행객의 수는 한정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어릴적 자라던 고향 안동의 모습도 느껴지는 이 곳은 참으로 묘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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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입구에서 스틱을 1불에 빌려주고 있다. 

  

둘째날은 부탄 여행의 백미, 탁상 사원을 향한다. 입구에선 등산 스틱이라며 나무 막대를 1불에 빌려주고 있었고 양쪽으로 기념품 파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불을 내면 중턱까지 말을 타고 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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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타고 중턱까지 갈 수 있다.

  

매일 2시간 산을 타며 운동하는 내가 같이 출발한 사람들보다 자꾸 뒤쳐진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인사하고 어디서 왔냐고 묻고 몇 살이냐 묻기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짧은 영어로 소통의 길을 열어보려 한 것이다. 예상외로 아시아권보다 유럽권 여행객들이 많은 부탄에서 나이를 묻는 것이 실례인줄은 알지만 일흔이 넘은 나는 괜찮다고 스스로 합리화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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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이 보이는 중턱에 위치한 휴게소 

 

탁상사원이 시야에 들어오는 곳에 다다르니 휴게소가 있다. 휴게소 입구에서 나무를 해오는 직원을 만나 나이를 물으니 스무몇살이라고해 깜짝 놀랬다. 외모로는 마흔은 훌쩍 넘었을것 같은데 통역했던 가이드가 이 곳에서 나고자라 본인 나이를 잘 모를꺼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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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도착한 사원 입구에서는 경비원이 촬영금지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눈에만 담아가기엔 너무나 아쉬운데 어쩔 수 없었다. 사원 내부는 여러개의 사당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워낙 가파른 절벽에 세워진 곳이라 내부는 비좁고 계단이 많았다. 사당내에 있는 불상들은 불심이 강한 사람들이 짊어지고 한 번도 땅에 내리지 않고 여기까지 모셔왔다고 하니 말로만 들어도 그 마음이 대단하다.

내려오는 길에 오늘만 동행하는 여자 가이드에게 나이를 물었다. 서른이라고 한다. 조혼이 일반적인 부탄에서 서른이면 노처녀이다. 경제적 능력만 된다면 일부다처제가 가능하고 흔하지는 않지만 다부일처제도 된다고 하니 문화적 충격이었다.

결혼보다는 본인이 하는 일에 있어 성공을 꿈꾼다고 하는 말에 부탄의 젊은층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직은 여행 이틀째지만 이 곳은 변화와 발전을 경계하며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함께 나누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만 사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 시대에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을 가진 나에게 하산길에 나눈 대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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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상사원아래에서 보는 파로

   

자연보호를 위해 터널을 뚫지 않고 좁고 구비진 산길을 따라 이동해야하는 부탄에도 언젠가 시원스럽게 뻗은 고속도로를 상상해보니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언제나 그렇듯이 발전은 또 다른 상실을 의미하므로 이 사람들이 지키려는 가치가 현재의 내 눈에는 숭고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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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22일 제9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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