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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여행

천년의 역사 간직한 ‘스타워즈’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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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젬에서 더 남쪽으로 가베스주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마을이라는 마트마타Matmata

있다. 천 년이나 되었다고도 하는 이 마을은 지금은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1967년 큰 홍수로 조난구호를 요청하며 마을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그곳에 사람이 사는줄도 모른 오지였다.

마을의 기원에 대해서는 약7천 년 전 이곳 선조들이 이주해 왔을 때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지하에 마을을 건설하고 미로로 지상과 연결했다고도 하고, 포에니전쟁 직후 생겨난 마을에 로마에서 보낸 이집트부족들에게 쫒겨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람아남은 사람들이 사막으로 도망쳐 이같은 마을을 세웠다고도 한다.

적으로부터 탈출을 위해서든, 섭씨 50도에서 영하까지 오르내리는 기온과 모래바람으로 혹독한 사막기후 때문이든 이 지역에서는 다 일리 있는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영화에서는 우주의 중심에서 가장 먼 곳"이라고 묘사하는 타타윈 행성으로 등장하는 것도 묘하게 어울리는 분위기다. 참으로 중심에서 가장 먼 곳다운 풍광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땅이다.

    

아라비안튀니지에서 산토리니를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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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스 최고의 인기명소인 시디 부 사이드Sidi Bou Said1200년대 이후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모습은 18세기에 오스만터키의 귀족들이, 나중엔 튀니스의 부호들이 도로와 별장을 지은 뒤의 모습이라고 한다. 지중해에서 솟은 절벽과 해안을 따라 오밀조밀 들어선 하얗고 예쁜 마을은 천혜의 자연풍광을 으뜸으로 꼽을 만한 명소이다.

 

이 곳의 큰 특징은 북아프리카의 산토리니라고 불릴 만큼 특색있는 색감인데, 하얀 집과 파란 창문이 말해주듯 튀니지언블루로 일컬어지는 파란색은 시디 부 사이드를 대표하는, 지중해처럼 선명하고 깨끗한 색깔이다.

그런 새파란 색으로 치장한 창틀은 흰색의 벽과 대비되어 이곳의 햇살만큼이나 강렬하다. 창과 대문은 집집마다 다른 장식들로 개성을 뽑낸다. 단순하면서도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이 집집을 수놓고 있어 골목을 기웃대며 걷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다.

화려한 아치의 통로를 따라가면 마치 작은 그리스의 섬으로 뛰어든 듯한 느낌에 참으로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듯하다. 흰 담벼락을 흐드러지게 장식한 새빨간 부겐빌레아마저 이국정취를 물씬 풍기고, 향기로운 재스민향기가 떠도는 골목에서 마주치는 청백의 환상적인 조화가 낮에는 햇살아래, 밤에는 달빛에 어우러져 너무도 매력적이다.

이래서 여기가 삼청의 도시인가보다. 하늘, 바다, 그리고 튀니지언블루. 앙드레 말로가 하늘과 땅과 바다가 하나 되는 곳이라 칭송한 이유를 한눈에 알겠다.

    

우주의 머나먼 행성같은…척박하지만 매력적 풍광
많은 예술가들이 표현색채 찾아낸 영감의 “원천” 


이곳에 처음 청백의 조화로운 색채를 물들인 이는 프랑스의 화가이자 음악가인 루돌프 데를랑게르Rodolphe d'Erlanger남작이다. 지금은 지중해아랍음악박물관Ennejma Ezzahra이 된 그의 집은 파란대문에 높은음자리표를 장식했다.

1912년부터 10년에 걸쳐 건축됐다는 저택은 시디부 사이드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정원이 있다. 그는 남아프리카에서 가져온 하프, 튀니지의 전통타악기와 유럽에서 만든 피아노 등 지중해와 아랍지역의 다양한 악기들을 수집했다. 그때 주인공이 살던 대로 복원해높은 방과 여러 악기들을 둘러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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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디 부 사이드에서 무엇보다도 유명한 것은 카페다. 작은 골목마다 여러 카페가 예쁘게 자리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카페 드 나트Cafe des Nattes이다. 지금도 카페의 한쪽 벽에는 앙드레 지드, 시몬느 보부아르, 알베르 카뮈의 사진이 장식되어 있다.

이곳을 언덕의 카페라고 불렀다는 모파상과 지드는 저녁 무렵 어김없이 찾아와 여러 작품을 구상했다는데 실제로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준 곳으로 시디 부 사이드를 꼽기도 했다. 색책의 화가 파울 클레 역시 자신의 색채 표현에는 튀니지에서 영감을 얻은 게 많다고 했다 하니 이곳은 예술가들에겐 그야말로 영감의 원천이 된 곳이었나보다.

     

아랍의 봄, 그 불씨가 된 재스민혁명

 

튀니지의 국화에서 이름을 얻어 재스민혁명이라 명명된 2011년의 튀니지 민주주의혁명은 23년간의 장기집권자 벤 알리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인근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 민주화불씨를 퍼트렸다.

그 후 튀니지는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민주화의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고대 이래 한 번도 토착민이 다스리지 못하고 외세에 지배받아온 슬픈 역사를 가졌고, 독립 이후 60년을 단 두 명의 대통령이 다스렸던 나라 튀니지. 그런 튀니지에 혁명의 밀알을 뿌린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01217일 지방 소도시에서 여덟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 실직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노점상을 시작했지만 경찰의 단속으로 상품과 저울을 다 빼앗기고 폭행까지 당하자 지방정부청사 앞에서 분신자살로 항의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는 바로 젊은 층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청년 부아지지는 결국 사망했고, 시위는 더욱 거세지며 삽시간에 수도와 전국으로 퍼져나가 노조총파업이 일어났다. 벤 알리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정부해산을 발표하지만 군재는 중립을 견지했고 결국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치고 만다.

 

당시 장기집권으로 철권통치를 하던 중동과 아프리카의 주변국들도 거센 민주화바람을 일으키며 아랍의 봄으로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집트의 대대적인 시위가 우리 안방의 뉴스를 장식할 정도였다.

 

바야흐로 진정 튀니지의 봄은 올 것인가. 어찌됐건 튀니지는 아랍과 아프리카지역에서 가장 앞장서 걸음을 떼고 있고 세계가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며 응원한다. 이제야말로 튀니지가 진정 자신들의 힘으로 자신들을 위한 튀니지를 만들어가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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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25일 제91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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