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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심신 달래 줄 도심 속의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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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비슷한 삶의 반경 속에서 주어진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오롯이 나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실행해 옮긴 나를 위한 작은 일탈이 내일을 위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이 많이 북적대는 카페나 커피전문점이 아닌, 배낭 하나만 메고 나와도 혼자인 것이 어색하지 않은, 거기다가 저렴한 차 한 잔 값이면 하루 종일 있어도 누가 뭐라하지 않는 이색공간이 있다.


동래구 옥봉로 14번 길에 위치한 ‘오아시스’. “정말 혼자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얼마전엔 경기도에서도 어떻게 알고 찾아오시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들 가십니다” 그림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를 기발하게 꾸며 누구에게나 개방하고 있는 오픈스튜디오 ‘오아시스’ 대표 이소을 작가(36)는 남편 김선영(40) 작가와 함께 한국화를 그리는전업 작가다.


두 사람은 주택을 개조해 톡톡 튀는 감각으로 구석구석을 직접 꾸며 작업실 겸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혼자 와서 그냥 쉬든 책을 보든 음악을 듣든, 그림을 그리든 자유다. 또는 두세 명 단위, 모임단위로 와서 작은 토론도 가능하다.


“여기저기 찾고 찾다가 전혀 연고도 없는 이곳에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동네에 다른 문화 공간이 없어 보였고, 창문에서 내려다보이는 경치에 반했거든요. 비오는날 경치가 너무 멋지고 낮에 있으면 새소리 밖에 안 들립니다” 사람들이 편히 와서 뭐든지 할 수 있는 휴식 같은 공간의 역할을 ‘오아시스’가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작가의 생각이다.


평일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누구에게나 문을 여는 오아시스의 2층에 들어서면 각기 다른 세 개의 공간이 나온다. 한쪽 벽면을 거의 통으로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창을 통해 보이는 그림같은 도심의 전경은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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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롭고 개성있는 소품들과 그림들이 예술적으로 배치돼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거실, 옆에 또 하나의 작업실은 강의와 토론을 하기에도 적합하게 꾸며져 있다. 신발을 벗고 조심조심 한 층을 더 올라가면 아기자기한 다락방이 나오는데 이곳 창을 통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경 또한 장관이다.


1층으로 내려가면 출입문이 두 개가 나오는데 한 곳은 이 부부작가의 집이자 사적인 공간이고 한곳은 김선영 작가의 작업실이자 오픈공간이다. 작가만의 개성이 담긴 독창적인 그림들이 눈길을 끌고 소품들이 예쁘게 자리를 잡고 앉은 아담한 곳이다.


“손님을 많이 받겠다거나 하는 상업적인 목적이 전혀 없어요.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만 있으면 되니까요”라는 이 작가는 ‘좋아하는 일 하면서 재미있게 살자’가 삶의 목표란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이 부부작가는 토요일에는 동네 아이들을 모아 미술지도를 하는데 이 조차 최소 인원으로 하고 있다.


사람과 동물들의 공존과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은 이 작가는 7월 중에 직접 쓰고 그린 ‘미끌미끌 온천탕의 비밀’이라는 양장본의 책도 곧 발간한다. 내용은 역시 사람과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앞으로 오아시스는 해외작가와 수업교류도 늘리고 전시도 하는 ‘문화복합공간’이자 허브가 되어갈 예정이다.


이 작가는 “스튜디오가 단 시간에 빨리 알려지기보다는 오히려 천천히 알려져 이 공간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힐링을 했으면 좋겠어요. 공간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머물러 있지 않게 분위기도 조금씩 변화를 줄 겁니다” 라는 소신도 밝혔다.


같은 길을 가는 남편과 서로 존중하고 의지하면서 ‘지금 좋아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하자’는 생각으로 남들과 조금은 다른삶의 방식을 택한 이들의 공간이기에 ‘오아시스’의 매력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박정은 기자

[2018727일 제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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