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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용/뮤지컬

푸치니의 오페라 중국의 색을 입다

 
 
'투란도트'부산공연 7월 28일~30일 부산문화회관서

지난 1월 공연돼 큰 사랑을 받은 오페라 <투란도트>가 오는 7월, 새롭게 다시 부산을 찾아온다.
 
7월 28일(목)부터 30일(토)까지 3일 간 4회에 걸쳐 부산문화회관에서 펼쳐지는 <투란도트>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 중 하나로, 18세기 작가 카를로 고치의 우화 ‘투란도테’를 원작으로 한다.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등 숱한 걸작 오페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로 평가받는 푸치니가 “이제까지의 내 오페라들은 모두 버려도 좋다”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과 자신감을 보인 작품.
 
오페라 <투란도트>는 중국 고대 자금성을 배경으로, 얼음처럼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왕자 칼라프가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을 그린다.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이며 코믹한 요소와 비극적 요소를 고루 갖춘 걸작이다.
 
특히 극중 칼라프 왕자가 부르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는 얼마 전 아마추어 성악가에서 일약 스타가 된 영국의 테너 폴 포츠가 불러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푸치니는 이 작품을 끝내지 못하고 후두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떴다. 이 때문에 <투란도트>는 그가 죽기 전까지 작곡한 3막 전반부, 칼라프를 짝사랑하는 류가 그를 위해 죽는 대목까지만 작곡이 됐다.
 
이후 각각 다른 작곡가가 만든 세가지 버전이 나와 있다. 오리지널 버전은 푸치니가 남겨놓은 스케치와 대본에 따라 푸치니의 제자 프랑코 알파노가 완성한 것으로, 1926년 밀라노 라스칼라극장에서 초연됐다.
 
푸치니의 절친한 친구였던 토스카니니가 당시 류의 죽음까지만 연주한 뒤 "푸치니 선생은 여기까지 작곡하고 돌아가셨다"고 말하며 숙연하게 지휘봉을 내려놓고 그 다음날부터 알파노의 완결작을 연주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두 번째 버전은 2002년 루치아노 베리오가 현대적인 선율로 재해석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공개한 것이고, 2005년 중국 작곡가 하오웨이야가 작곡한 것이 세 번째 버전이다.
 
푸치니는 당시 세기말을 휩쓸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중국을 배경으로 <투란도트>를 만들어냈다. 그러다 보니 푸치니의 상상 속 중국은 사실 중국풍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시대적 배경이나 의상 이름 등 왜곡된 것이 많아 그동안 오리엔탈리즘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점에서 하오웨이야 버전의 `투란도트`는 중국 이야기를 중국인이 완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푸치니가 상상했던 중국이 실제 중국인의 연출과 작곡ㆍ제작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말하자면 무대부터 의상ㆍ음악 등에 중국풍을 제대로 가미한 그야말로 중국 버전 <투란도트>다.

하오웨이야는 "유일한 바람이 있다면 청중이 보고 내가 작곡한 부분을 느끼지 못한 채 작품 전체를 하나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3막 엔딩을 비롯한 후반부 음악은 작품 전체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돼 푸치니가 완결했다 해도 믿을 만하다.
 
다만 작품 전체에 동양색을 담기 위해 사용된 중국민요 `모리화(Jasmine flower)`의 선율은 하오웨이야를 만나 피날레에서 한껏 두드러진다. 투란도트(소프라노) 배역에는 조영주와 윤지영, 칼라프(테너) 배역은 오경식과 김지호, 류(소프라노)에는 정민희와 김경희가 캐스팅돼 풍부한 음색과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며, 2008년 올림픽 홀에서 오페라 <투란도트>의 제작과 공연 총감독을 맡아 성공리에 공연을 마친 바있는 지광윤이 예술감독 및 지휘를 맡는다.
 
이 뿐만 아니라 50명의 합창단과 10명의 어린이 합창단, 12명의 무용단과 10명의 연기자가 함께 출연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공연은 7월 28일(목)과 29일(금)오후 7시 30분, 30일(토) 오후 3시와 오후 7시 30분 총 4회에 걸쳐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며, 공연 시간은 2시간이다.
 
작품의 규모에 비해 VIP석 10만원부터 7만원, 5만원, 3만원, 2만원까지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대로 준비된 공연으로, 올 여름 부산시민들에게 선물같은 공연관람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자세한 공연 문의는 1600-1803으로 하면 된다.
 
송나영 기자
[2011년 7월 15일 2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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